필자는 2007년 9월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에 임용됐다. 2006년에 개원한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은 막 시스템을 정비해가고 있던 초창기였고,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대한민국의 정규 게임교육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던 시기이기도 했다.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게임관련 학과에서 강의를 했던 경험이 있던 필자는 게임교육에 있어서 어떤 것이 가장 중요한지 고민하고 여러 대학의 교육 시스템을 나름대로 비교 분석하곤 했었다.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그 시행착오의 시기 속에서 하나 둘 깨달아 가던 때였다.
공개 강의를 하던 날 프로젝트 수업의 중요성에 대해서 몇 번이고 강조했었고, 다행히 그 부분에 공감하는 교수님들이 계셨기 때문에 머릿속에 있던 구조대로 다듬어가기 시작했다. 먼저 프로젝트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몇 가지 세웠다. 그 첫 번째는 '실무와 동일하게'였다. 실제 업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보다 스케일이나 퀄리티는 당연히 떨어지겠지만, 축소판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한다면 아주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두 번째 가치는 '값진 실패'였다. 학생 시절의 실패는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아주 값진 경험으로 남게 된다. 실패를 통해서 얻는 경험은 인생에 있어 안전표지판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학생들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성공으로 가는 실패의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세 번째 가치는 '균형과 조화'였다.
1인 개발자 시대를 달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법 하지만 개발의 근본 바탕이 다른 사람과의 협업이기 때문에 균형과 조화는 매우 중요하다. 여러 돌발상황과 사건 속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하는지 배워가게 된다. 가치를 세우고 나니 어떤 것이 좋은 방법인지 판단이 안 서던 것들도 그리 걱정하지 않게 됐다. 자연스럽게 최적화된 모습을 갖춰갈 수 있도록 작은 시행착오들을 지속적으로 경험하면 되는 것이었다. 처음 프로젝트 수업은 교수진이 임의로 학생들을 정렬해서 팀을 구성했다. 학생들에게는 무작위 추출 방식이라 설명했지만 속사정은 그와 크게 달랐다. 일단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끼리는 절대 한 팀으로 묶지 않았다. 현업에 나오면 결코 맘에 맞고 좋아하는 사람들 하고만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몇 학기가 지나가는 동안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찾아오는 학생들이 여럿 생겨났다. 그럴 수밖에 없었으리라 충분히 이해가 된다. 보고, 생각하고, 이해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학생들끼리 협력해서 만들어간다는 것이 어디 가능한 일이었겠는가. 몇 학기가 지나자 차츰 학생들에게 맷집이 생기기 시작했다. 웬만한 일로는 흔들리지 않는 무게감도 생겨났고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해결 방법들도 쌓여갔다. 점차로 안정되면서 이번엔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수용하고자 가르치는 선생들의 귀를 열었다. 학기 중에는 물론이고 방학 중에도 몇 차례씩 학생 대표들과 프로젝트 담당 교수들이 얼굴을 맞대고 앉아서 서로의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했다. 지금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프로젝트 수업 방식은 그렇게 조금씩 틀을 갖춰 온 것이다.
이후 초창기에 팀원을 임의로 결정해주던 방식은 없애고 팀원 섭외부터 개발 및 발표까지 모든 걸 경쟁을 통해 이뤄지도록 작지만 치열한 사회를 열어주었다. 지금도 프로젝트 수업에 대해 조금씩 부족한 점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이 또한 한 학기 내내 밤새우는 것을 밥 먹듯이 하고 있는 학생들의 열정이 점차 메워갈 것이라 생각된다.
글 | 최삼하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편집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