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부산의 한 산악회 회원들이 일본 산악지역인 중앙알프스 등반에 나섰다가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는 참변을 당했다.

변을 당한 산악회는 부산 상봉산악회 회원들로 이번 등반에 참가한 인원은 20명. 이들은 지난 29일 오후 1시 15분께 중앙알프스의 히노키오다케(2728m) 부근을 등반하던 중 9명이 악천후에 조난당했다.

30일 니가타 주재 한국 총영사관과 부산 산악회ㆍ여행사 등에 따르면 이들의 조난 구조요청이 현지 경찰에 접수돼 현지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경찰은 악천후에 조난당했던 9명 중 3명의 시신을 수습하고 1명을 구조했다. 악천후에 고립됐다 무사히 하산한 4명을 제외하고 아직까지 1명의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수색에 나선 나가노 현 경찰은 30일 오전 5시께 호켄다케(2931m) 남쪽 해발 2850m 지점에서 숨진 박문수(78) 씨를 발견한데 이어, 오전 6시께 히노키오다케와 호켄다케 사이 해발 2800m 지점에서 이근수(72) 씨로 추정되는 시신 1구를 발견했다. 오전 8시 25분께 등산로에서 쓰러져있던 박인식(70) 씨를 추가로 발견해 수습했다. 실종됐던 산악회 총무 박혜재(62) 씨는 30일 오전 극적으로 구조됐다.

현지 경찰은 30일 현재까지 연락이 닿지 않는 나머지 실종자 1명의 수색 작업을 벌이고 있다. 소재가 확인된 16명은 비교적 건강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들은 부산 지역의 한 여행사를 통해 5박 6일 일정으로 단체 여행을 하던 중이었다. 니가타 총영사관에 따르면 등산객들은 대부분 부산 출신으로 연령대는 48~78세로 남성 14명에 여성 6명으로 구성됐다. 등반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일본인 가이드를 동행하지 않은 데다 현지에서 통화가 가능한 휴대전화도 없는 상태였다고 밝혔다.

등산객들은 일정에따라 28일 나가노 현 고마가네 시의 이케야먀에서 등반을 시작했다. 이날 우스기다케(2864m)를 거쳐 산장에서 1박한 뒤, 29일 오전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 호켄다케(2931m)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들이 조난당할 당시 호켄다케 정상 부근에는 비바람이 강했고 기온은 10℃ 정도였으며, 자욱한 안개 때문에 시계가 20~30m에 그치는 등 시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참변 소식에 부산지역 관계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상봉산악회 배석인(59) 회장은 “이번 등반은 산악회 차원에서 계획된 것은 아니고, 가까운 산악회원들이 지인들과 함께 자체적으로 조직한 것이어서 산악회에서도 현지 상황과 사고 경위 등을 파악하는 중이다”며 “대부분이 등산 경력 10~20년씩의 베테랑들이고 회원 중 한 명은 일본 항공사에서 오래 근무한 ‘일본통’인데 사고가 났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변을 당한 등산객 가족과 소속 여행사 관계자들은 침통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 가족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나 당황스럽다”며 “평소 아버님께서 일본에 2∼3차례 등산을 잘 다녀오셔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는데, 정말 사고가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등산객의 항공편 예약 등의 업무를 담당한 부산 동구의 H여행사는 사고 소식을 접하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 수습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여행사측은 현재 일본 현지방문을 원하는 유족들과 의견을 조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