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 정부 경제 정책의 무게중심이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확연하게 옮겨가는 모양새다. 대통령에서부터 경제ㆍ사정당국의 수장들까지 한목소리로 하반기 경기 회복을 외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취임 후 강조된 ‘경제민주화’정책이 일단락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일감몰아주기 완화, 세무조사도 축소= 정부의 경기활성화 의지는 최근 세제 부문에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민주화법안으로 불렸던 ‘일감몰아주기’ 과세가 당초보다 줄어든다.

2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달 8일 확정ㆍ발표될 ‘2013년 세법개정안’은 일감몰아주기 법안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지난해 말 도입된 일감 몰아주기 과세는 내부거래 비율이 매출액의 30% 이상 차지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3% 넘게 보유한 대주주나 친인척에게 증여세를 물리는 것이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대해 지분율 기준을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이 규정한 3%에서 5∼10%로 높이고, 내부거래 비율을 30%에서 40∼50%로 높여 과세 대상자를 줄인다는 계획이다.

대기업의 경우도 내부거래 이익 중 모기업의 지분을 제외한 금액에만 세금을 물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내부거래로 100억원의 이익을 낸 대기업의 모회사가 20%의 지분을 가진 경우 100억원의 20%인 20억원만 과세 대상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포럼에서 “하반기에는 기업활동 지원을 통한 경제활성화에 중점을 두겠다”며 “중소기업 뿐 아니라 대기업에 대해서도 일감 몰아주기 과세요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도 축소된다. 국세청은 당초 박근혜 정부의 복지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세무조사 대상 기업을 늘려 세금을 추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무조사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는 기업이 늘어나자 당초 예정했던 세무조사 건수를 1만9000건에서 1만8000건으로 줄이기로 했다.

경제민주화 속도조절= 경제민주화 정책은 ‘숨고르기’ 양상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당초 하반기까지 추진을 마치려 했던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과제의 이행 시기를 상당수 뒤로 미뤘다. 공정위가 지난 4월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6월까지 입법 및 법령 개정을 마치겠다고 밝혔던 신규 순환출자금지를 비롯해 금융보험사의 의결권 제한 강화, 집단소송제 등 경제민주화 입법과제들의 이행시기가 줄줄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최근 박 대통령이 경제민주화 과제가 거의 종료됐음을 시사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관련 노대래 공정거래위원장도 한국능률협회 하계 최고경영자 세미나에서 “경제민주화 추진 과정에서 기업들에 발생할 비용이 과다하다면 강도나 시기를 적절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하반기 정부 정책은 경기 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지게 된다. 정부는 기업의 기를 살리는 한편 지금까지 내놓은 각종 경기부양책의 성과를 점검하고 3차 투자활성화대책, 서비스산업 활성화 후속 대책 등 규제완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각종 정책을 잇따라 내놓아 하반기 3%대 성장을 이루겠다는 목표다.

최성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원은 “기업들은 국내 경제가 회복하기까지 1~2년 이상 더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의 규제 완화와 경제민주화 정책의 속도조절을 통해 기업의 투자심리 위축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의 경제민주화 의지가 지나치게 빨리 퇴색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