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건축 등 글로벌 브랜드…박광명 제네티크 대표

각국 지사서 시장에 맞게 편집·판매 돈벌이아닌 디자인으로 인정받고싶다

수많은 창작에는 고통이 따른다. 때문에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에 비유해 흔히 ‘배 아파 낳은 내 자식 같다’고 표현한다. 작품에 담긴 애정은 창작자 본인에 비할 사람이 없음은 물론이다.

디자이너도 마찬가지다. ‘개성’ ‘화려함’ ‘자유분방함’ 등으로 상징되는 디자인계의 이면에는 밤낮 새로운 디자인을 위해 고민하는 청춘들이 있다. 대개 소속된 회사를 위해 디자인을 쏟아내지만 정작 자신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박광명(30·사진) 제네티크 대표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겉에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상은 누가 먼저 표나지 않게 잘 카피하느냐, 누가 생산 단가를 가장 낮추느냐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디자인 무브먼트 ‘제네티크(Genetique)’는 ‘배 아파 낳은 내 자식’이 단순히 자본가가 아닌 세상의 눈으로 직접 인정받기를 원하는, 세계 각국의 디자이너가 모여 만든 글로벌 브랜드다. 의류에서부터 건축, 인테리어, 그래픽까지 분야도 다양하다.

프랑스 유학 시절에 박 대표는 사회에 나오는 순간, 현실과 타협하게 되고 어느덧 회사가 원하는 디자인을 해야 하며 딱 월급 정도만큼의 디자인을 생산할 수밖에 없는 업계의 현실을 지켜보며 동료 디자이너들과 의기투합해 디자인 무브먼트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연봉이 오르는 디자이너들을 정리하고 값싼 새로운 디자이너들을 영입해 동일한 수준의 고퀄리티의 디자인을 요구하는 일이 디자인계에서도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상업적 이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경영자들에게 디자이너는 매년 대학교에서 생산되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교체하는 소모품이라는 인상이 들었다”고 꼬집었다.

제네티크에 소속된 디자이너들의 현재 프랑스, 미국, 영국, 한국 등에 퍼져 있다. 소속된 디자이너들이 세계 각지에서 자신의 디자인을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공유된 디자인들은 각국 지사에서 개별 생산돼 시장에 맞게 편집ㆍ판매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업 콘셉트다. 디자인 공유 과정에서 금전적 거래는 없다.

그는 “각종 매체의 발달로 세계적인 패션이나 유행의 흐름도 동등해졌다. 똑같은 디자인이 프랑스 사람에게만 좋아 보이고 우리에게 아닐 리는 없다”며 “타국에서 팔렸다고 하면 디자인에 대한 검증은 받은 것이다. 그것을 국내에서 어떻게 마케팅 할까를 고민하면 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제네티크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디자이너 개인이 가진 창작에 대한 열정이다. 관성화된 디자인계의 침체된 분위기를 깨고 디자인을 처음 시작했던 본연의 마음으로 돌아가자는 반성의 움직임이기도 하다.

박 대표는 “돈을 벌기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사랑해서 디자인하게 된 콘텐츠들이 세상의 인정을 받게 되는 것이 현재의 이상”이라고 밝혔다.

손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