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 회장에 대한 항소심 재판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이 돌연 변호인을 바꿔 선고 결과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지난 16일 법무법인 지평지성의 이공현(64ㆍ사법연수원 3기) 대표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해 법정에 대동했다. 이에 따라 당초 변호를 맡던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들은 이날 공판에 나타나지 않았다.

최 회장 측이 갑작스레 변호인을 바꾼 이유는 항소심이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최 회장은 항소심 들어 1심에서의 전략을 뒤집고, ‘펀드 자금 조성에는 관여했지만, 송금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펀드 자금 450억원을 김원홍 전 SK 해운 고문에게 송금해 준 김준홍 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대표가 최근 공판에서 ‘최 회장이 송금에도 관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해 진실공방으로 번져가는 모양새로 전개됐다.

이에 최 회장 측은 ‘최 회장 형제는 송금에 대해 전혀 몰랐고, 김원홍과 김준홍 간의 개인적인 거래였다’는 취지의 통화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제출해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그러나 재판부가 녹취록의 신빙성마저 의심하면서 최 회장의 전략도 차질을 빚게 됐다. 재판부는 오히려 “녹취록이 독인지 약인지 모르겠다”거나 “변호인이 의뢰인을 위한답시고 하는 일이 의뢰인을 위하지 않는 길이 될 수 있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등 질책했다.

기존 변호인들이 재판부를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한 최 회장 측으로서는 변호인을 교체해 마지막 승부수를 띄워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 변호사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등을 역임하고 올 초 헌재소장 물망에도 오른 인물이다.

그는 특히 현역시절 항소심 진행을 맡고 있는 서울고법 형사4부의 문용린 부장판사가 가장 존경하는 법관으로 꼽은 인사로 알려졌다.

이 변호사는 16일 공판에서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철회할 것은 철회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일부 변경할 뜻을 내비쳤다. 최 회장 측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변호인을 김앤장에서 태평양으로 교체한 바 있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