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사건 국정조사를 실시하기로 한 국정조사계획서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보름째 됐지만 그 뒤로 한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김현ㆍ진선미 의원의 특위 배제를 요구하며 ‘요지부동’의 모습을 보이는 등 특위 구성과 관련한 논의서부터 여야 대립각이 첨예한 탓이다. 그 가운데 “국정조사를 진행하려는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야권의 지적에도 새누리당은 “서두를 것 없다”며 느긋한 인상이다.

당장 16일 오후에 열릴 예정인 국정조사 특위도 ‘반쪽 회의’가 될 공산이 크다. 전날 민주당 신경민 의원 등 야당 소속의 특위위원 5명은 신기남 특위위원장에게 국조특위 개회요구서를 제출했다. 현행법상 특위 정원 4분의 1 이상이 요구할 경우 자동적으로 전체회의를 열도록 돼있다.

신 의원은 “국정조사 교착에 따른 여야 의원들의 의견교환과 토론이 필요하다”며 “(김ㆍ진) 두 의원의 자격을 문제삼아 제척사유라는 이유로 열리지 못하고 있는데, 그 문제를 포함해 대단히 많은 문제가 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이 만나 솔직하게 얘기하고 싶다는 취지”라고 개회요구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측은 단호하다. 김태흠 대변인은 “두 의원의 특위 사퇴없이는 국정조사에 들어갈 수 없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다”며 “국정원 국정조사의 범위가 댓글과 관련한 선거개입, 경찰의 수사축소, 전현직 국정원 직원의 정치개입 의혹, 국가정보원 여직원 인권침해 등 네가지로 인권침해 혐의로 고발된 두 의원은 직접적 이해당사자로 제척사유에 해당한다”고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소속 특위 위원들도 “사전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요청한 것”이라며 불참의사를 밝혔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강경한 입장으로 나선 건 국정원 국정조사,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열람 등과 관련한 대치 국면을 야당의 ‘설화(舌禍)’에 대한 공세로 전환할 계기를 마련한 덕분이다. 민주당 홍익표 전 대변인의 ‘귀태(鬼胎)’ 발언에 이어, 이해찬 전 대표가 지난 14일 국정원 개혁 촉구 당원 보고대회에서 대통령을 ‘당신’이라 지칭하며 “국정원을 비호하고 거짓말을 하면 당선무효를 주장하는 세력이 늘어나 정통성을 상실할 것”이라고 한 데 대해 ‘정통성’ 논란을 불지핀 배경이다.

앞서 야당이 반대했던 정문헌ㆍ이철우 의원이 특위에서 자진사퇴한 데다, 검찰이 민주당 김현ㆍ진선미 의원의 감금죄가 인정된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명분도 더해진 분위기다. 두 의원 사퇴를 둘러싼 민주당내 ‘자중지란’이 감지되는 것도 새누리당 입장에선 호재중 호재다. 새누리당 측에선 “가만히 있으면 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