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재현 기자]대검찰청이 세무분야 부패실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은 대표적인 한국의 ‘지하경제’인 탈세를 적발하는데 있어 새로운 형태의 탈세기법 등을 연구하고, 그에 맞는 수사기법을 발전시켜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 조세연구원이 지난 2011년 발표한 ‘지하경제의 규모 추정’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사업소득세 탈루 규모만는 21조7854억원에 이른다. 영국의 비정부기구(NGO) 조세정의네트워크가 지난해 7월 공개한 자료에서는 한국의 역외탈세 자금이 7790억 달러(880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기도 했다.

서울시립대학교 반부패연구소가 세무 관련 종사자 222명을 상대로 두 차례에 걸쳐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한 27명중 17명이 탈세가 일어나는 분야로 소득세와 상속ㆍ증여세 부분을 꼽았다.

구체적인 기법을 살펴보면 소득세의 경우 현금매출을 누락시키는 고전적인 방법이 많이 지적됐으며, 새로운 형태의 탈세 방법으로는 증빙없이 비용을 반영하는 기법을 들었다. 과거에는 가짜 영수증을 이용했다면 최근에는 무증빙 자료를 사용한다. 이는 가짜 증빙자료를 이용하다 걸리면 강한 처벌을 받지만, 무증빙자료를 이용할 경우 다양한 변명을 통해 처벌을 약하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갑을관계를 이용한 소득세 탈루도 눈에 띄었다. 대기업이 소득세를 탈루하기 위해 협력업체를 이용해 가짜로 매출전표를 작성하고, 이를 협력업체가 가짜 매입전표를 허위로 작성해 탈세를 돕는 식이다. 이에 따라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중소기업들만 가공매입이 걸려 상대적으로 큰 불이익을 받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상속ㆍ증여세의 경우 허위소송, 법인을 통한 일감몰아주기, 역외탈세, 고가 미술품의 비공개 매입 후 증여 등을 이용한 탈세기법도 있다.

국민들이 세금을 잘 안내려 하는 이유 중에는 “고소득자는 비과세 금융상품, 역외탈세, 가공매출ㆍ가공매입으로 잘 빠져나가는데 우리만 걸린다. 조세정의가 실현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때문에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집중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을 요구하는 제안이 많았다.

전문가들은 탈세를 막기 위해 세무대리인의 허위증빙 처벌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상속ㆍ증여세의 경우 현실과 동떨어진 법 조문을 정비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한편 보고서는 세무조사 인력이 부족해 탈세 적발에 어려움이 있다며 미국 처럼 검찰내에도 조세전문가로 구성된 부서를 마련, 이에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보고서를 참고해 세무비리 수사 강화 방안을 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