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ㆍ강대한 인턴기자]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우리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지 8년 만에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받게 됐다. 이번 판결로 같은 피해자들이 잇따라 추가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손해배상을 받기까지는 난관이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고법 민사19부(부장 윤성근)는 10일 여운택(90) 씨 등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 4명이 신일본제철 주식회사(일제 당시 구 일본제철)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의 파기환송심에서 “원고에게 각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일본의 핵심 군수업체였던 구 일본제철은 일본 정부와 함께 침략 전쟁을 위해 인력을 동원하는 등 반인도적인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침략 전쟁은 국제질서와 대한민국 헌법뿐 아니라 현재 일본 헌법에도 반하는 행위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재판부는 특히 “신일본제철이 구 일본제철과의 동일성을 부정하거나 한일청구권 협정 등을 내세워 책임이 없다고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수호하고자 하는 핵심적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고 강조했다.

여 씨는 판결 선고 직후 “18살에 일본에 가서 죽을 고비를 넘겼다. 나처럼 원한 맺힌 대한민국 국민이 몇 명이나 더 있을지 모르겠다. 걱정하고 성원해 준 여러분께 백 번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에 따라 곧바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신일본제철이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경우 피해자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걸릴지 모르는 법적 분쟁을 이어나가야 한다.

이러한 우려 때문에 대한변호사협회(위철환 협회장)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일본제철 등 가해자가 즉시 피해자들에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실질적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민경한 대한변협 인권이사는 이날 회견장에서 “신일본제철이 상고하는 경우 여러 가지 변동이 있을 수 있고, 재판이 길어질 우려가 있어 최대한 상고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일본제철이 상고하지 않더라도 손해배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경우 신일본제철이 국내에 보유한 재산에 대해 가집행이라는 절차를 추가로 거쳐야 한다. 신일본제철은 현재 국내에 포스코 지분 5%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해자들의 실질적인 피해 보상을 위해 소송 이외의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은 장완익 변호사는 “새로운 소송들도 가능하지만 일본 기업에서 계속해서 길게 끌 경우 보상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결국 유일한 방법은 일본 기업, 정부와 협상을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 씨 등 4명은 1941~1943년 구 일본제철의 모집 담당관이 충분한 식사와 임금, 기술 습득, 귀국 후 안정적인 일자리 등을 보장한다며 회유해 일본에 갔으나 오사카 등지에서 자유를 박탈당한 채 고된 노역에 시달리고 임금마저 제대로 지급받지 못했다며 1인당 1억원의 위자료를 달라고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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