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도 경제민주화 이슈 대립…한국과 닮은꼴

시간당 12.5弗 51% 인상 나이키·애플도 규제 논란 예상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최저임금제’를 두고 워싱턴DC 주의회와 한판 전쟁에 나섰다.

지난해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제ㆍ최저임금제 등 ‘경제민주화’ 이슈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는 우리나라와 꼭 ‘닮은꼴’이다.

월마트 최저임금제 논란은 워싱턴DC 주의회가 개점 예정 중인 월마트 체인 소매점 6곳에 시간당 최저 12.50달러의 임금을 강제하면서 빚어졌다.

주의회 측이 내세운 근거는 ‘대형소매점책임법’. 모회사 연매출이 10억달러 이상인 모든 대형소매점은 시간당 12.50달러의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현재 워싱턴DC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8.25달러로, 약 51%가 오르게 됐다. 법안은 기존 영업점 대신 새로 개점하는 대형소매점에만 적용돼 이번에 월마트가 개점할 예정이었던 체인점 6곳이 포함됐다. 올 1월 필 멘델슨 의회 의장이 발의해 지난달 의회 1차 투표에서 통과됐다. 이번주 최종 통과를 위한 마지막 투표를 앞두고 있다.

월마트 측은 ‘결사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한편, 당초 건설이 예정됐던 체인점 6곳 중 3곳의 입점을 철회하겠다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알렉스 배런 월마트 지역총괄매니저는 “최저임금제는 예측 불가능한 비용을 발생시켜 경쟁시장 환경을 불공평하게 형성하고 월마트에 심각한 재정적 타격을 입힐 것”이라며 “법안을 강제할 경우 건설 중인 나머지 체인점 3곳도 위험할 수 있다”고 워싱턴포스트에 전했다.

주의회와 월마트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최저임금제를 두고 워싱턴 시민의 입장도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월마트 입점에 심혈을 기울여온 빈센트 그레이 워싱턴DC 시장은 최근 성명을 내고 “주의 경제발전과 고용창출을 가로막는 법안을 강제해야 하는지 주의회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멘델슨 의장은 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의 경제력을 갖춘 대형소매점이 매년 2만6000달러의 임금도 지불하지 못하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 ‘모 아니면 도’라는 식의 월마트 태도는 경제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원안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형소매점책임법이 이번주 최종 통과될 경우 월마트뿐만 아니라 코스트코, 홈데포 등 다른 대형소매점에도 최저임금제 적용 압박이 이뤄질 예정이다. 또 법안에 나이키나 애플 등의 업체도 대형소매점 규제를 받도록 돼 있어 한동안 최저임금제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싱턴DC의 최저임금제 논란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지난 5일 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5210원으로 결정되면서 “아직도 불충분하다”는 노동계의 입장과 “기업의 경영난과 일자리 감소가 불가피하다”는 경제단체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또 지난해 서울시가 추진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와 대형마트 51개 품목제한제 등 경제민주화로 분류되는 갖가지 정책을 둘러싸고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월마트와 워싱턴DC의 최저임금제 싸움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해 이목이 쏠리고 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