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782회> 감추어진 승부 6
“그래요. 할게요. 당장 그렇게 할게요.”
신희영이 이렇게 대답하자 두 사람은 동시에 신이 났다. 전화기 너머 중국 땅에 머물고 있는 강유리는 의외로 쉽게 지급 보증 허락을 받았으니 신이 났고, 지금껏 얼굴을 맞대고 있던 박박진진은 로데오로 달릴 수 있게 되었으니 또한 신났던 것이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하마터면 만취한 주정뱅이들과 뒹굴며 유치장에서 날밤을 지새울 뻔했지 뭐예요?”
강유리는 이렇게 말한 뒤에 나머지 절차는 재무담당 이사와 상의하겠노라며 전화를 끊었다. 무려 세 시간의 통화 끝에 얻어낸 수확이었다. 그렇다면 박박진진은? 인공호흡 자세로 스포츠 섹스를 시작한 이후 무려 세 시간 동안의 노력봉사 끝에 겨우 침대 위에 드러누울 수 있게 되었으니… 죽다 살아난 셈이었다.
“그럼 제가 먼저 드러눕겠습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침대에 드러누웠다. 겨우 163센티미터 길이의 여체를 엉금엉금 기며 오르락내리락했을 뿐인데 무르팍과 팔꿈치가 얼얼한 것이 영 죽을 맛이었다. 그러다가 반듯이 침대 위에 누워 천정을 보니… 멀미가 나려는가? 천정이 뱅뱅 도는지, 두 눈이 뱅뱅 도는지 가늠하기도 어려울 지경이었다.
로데오란 1800년대 중반, 멕시코 북부와 미국 서부 지역에서 소를 방목하며 자연스레 생겨난 기술이다. 길들지 않은 소의 맨 잔등에 올라타서 펄쩍펄쩍 뛰는 놈을 길들여가는 과정은 그야말로 사나이의 기백과 용기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자칫하면 잔등 위에서 떨어지게 되고, 그 경우엔 성난 소의 발굽에 깔리거나 뿔에 받혀 죽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어찌 느끼지 않으랴.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손바닥이 벗겨지는 처절함도 따르겠지만… 드디어 집채만 한 소가 털썩 무릎을 꿇을 때의 쾌감은 어디에도 비길 수 없을 것이다.
무릇 남녀상열지사에서의 로데오도 그 쾌감의 농도는 같을 것이다. 하지만 기백과 용기를 발휘하기보다 오히려 관능을 탐닉하는 예술적 행위의 결정체라고 보아도 무방했다. 여자가 주도권을 잡고 말 달리는 체위라서 가능한 것일까? 로데오로 한껏 달리다 보면 곧 무지개가 뜨고, 꽃이 피고, 그 꽃이 새가 되어 하늘을 날고, 천사들이 노래를 부르는 낙원을 구경하게 되곤 한다는데….
“그럼 내가 위에서 달릴게요.”
백전노장 신희영은 박박진진의 배 위에 자리를 잡자마자 철퍼덕, 철퍼덕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녀가 달리는 모습은 때론 부드럽고 때론 과격하다가 때론 바람을 가르듯 머리를 숙이기도 하고 혹은 아파치족 추장처럼 괴성을 지르기도 하는 것이… 현란하기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럴 때마다 박박진진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성을 코로 내뿜으며 벌떡벌떡 몸을 일으키려 애쓰곤 했다. 하지만 신희영은 만만치 않았다. 그녀는 멕시코의 카우보이가 야생 수소를 길들이는 것처럼 서서히 그를 길들이기 시작했다.
“어, 회장님… 지금!”
반응이 오는지, 아직 길들여지지 않은 박박진진이 벌떡벌떡 용솟음을 치면 그녀는 납작 엎드린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아직 안 돼요. 참아!”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참아내는 동안 박박진진의 거친 숨결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 그녀는 또다시 채찍을 휘두르며 철퍼덕철퍼덕 달리곤 했던 것이다.
“회장님, 지금이에요. 마구 달려보세요. 어서….”
“아직 안 된데도… 참아!”
조련사가 뛰어나기 때문인가? 터질 듯, 말 듯 참아내는 동안 애간장이 녹는가 싶더니 웬걸… 박박진진의 눈앞에 불현듯 무지개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