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언론을 통해 보험사기와 관련된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 국민들이 상당히 많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기가 어떻게 발생되는지가 차량에 설치된 블랙박스의 영상으로 생생하게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교통 흐름에 따라 잘 운행하는 차량에 갑자기 뛰어들어 교통사고를 유발하거나 좁은 골목길에서 지나가는 차량에 고의로 손목을 부딪히는 등의 ‘자해행위’는 물론 교통신호를 무시하는 차량을 주시하다가 고의적으로 접촉하는 등 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ㆍ고도화되고 있다.
실제로 자동차보험에서 발생하는 보험범죄는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보험업계와 경찰, 금융감독 당국이 공동으로 적발한 자동차 보험사기에 의한 보험금 누수금액은 지난 2002년 411억원에서 2012년 무려 2738억원에 이른다. 10년 사이에 보험사기로 나간 보험금이 7배 가량 급증한 셈이다. 특히 보험사기의 은닉성을 감안한다면 실제 손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보험사기가 만연하게 된 데에는 보험료를 위험에 대비한 ‘안심 비용’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쓰지 않으면 허공에 날리는 돈으로 여기는 풍조, 즉 보험금에 대한 잘못된 사회적 인식이 한몫하는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아무리 경미한 사고라 할지라도 일단 입원부터 하고 봐야한다는 게 일반 운전자들의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렇듯 계속 증가하는 보험범죄는 보험회사의 경영 악화와 국가의 경제적 손실은 물론, 이로 인한 손실이 결국 선량한 다수의 보험계약자에게 전가시키고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높여 사회 전체적으로 피해가 확산된다는 데 문제가 있다.
다행인 것은 근래 들어 보험사기를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처방이 발견됐다는 사실이다. 이른바 차량용 블랙박스인데, 실제로 택시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이후 교통사고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손해보험협회와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2007년 2만4692건에 달했던 전국 법인 택시의 교통사고가 2008년 법인택시에 블랙박스 설치를 확대한 후 2011년에는 17.7% 감소한 2만331건으로 줄었다고 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보험사를 비롯한 보험업계가 블랙박스 장착 차량에 대해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것도 그런 이유다. 블랙박스는 교통사고 감소 효과는 물론 교통사고 시 증거자료로써의 활용성, 그리고 무엇보다 보험사기를 예방하는 데 적잖은 효용을 보이고 있다.
물론 블랙박스가 보험사기를 없애는 근본대책일 수는 없다. 보험사기가 사라지기 위해서는 우리 교통문화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리 빨리 변할 수 없는 게 문화라면 블랙박스 장착은 당장에 선택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다. 그것은 운전자 자신의 사고처리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거니와 더 나아가 보험사기를 예방하고 보험사의 경영악화를 막음으로써 궁극적으로 보험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