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일베충’이니?” “일베 은어 몰라요. 들어가본 적도 없어요.”
연예계와 방송가는 지금 ‘일베주의보’가 뒤덮었다.
개인의 무지를 드러내며 의미도 알지 못하는 ‘일베 은어’를 사용한 걸그룹 시크릿의 효성(‘민주화’), 크레용팝(‘노무노무’ 등)은 융단폭격을 맞았다. 지난 3월 영화계의 별점테러를 시작으로 ‘일베 현상’이 대중문화계를 잠식해오고 있다. 말 한마디 잘못 했다간 ‘일베 회원’으로 의심받으며 마녀사냥 당하기 십상이다. 가수 십센치의 권정열은 크레용팝을 존경한다고 했다가, 배우 하석진은 故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를 추모하는 글을 올렸다가 ‘일베 연예인’으로 낙인찍힐 뻔했다.
‘일베’에서 사용하는 故 노무현 전대통령을 비하하는 이미지 코알라가 합성된 것도 모른채 일본 수산물 방사능 위험을 다룬 뉴스를 내보낸 ‘SBS 8 뉴스’의 방송사고가 불러온 후폭풍은 놀랍다.
방송사는 거듭 고개를 숙였지만 역부족이었다. 인터넷에는 이미 두 달 전 SBS CNBC 부조정실이 찍힌 인증사진과 내부 문건이 이미 2달 전 일베에 올라왔던 것까지 확산됐다. 민주당과 노무현 재단은 논평을 통해 진상규명과 후속조치를 강구했고, SBS 보도국은 일베회원 의혹엔 선을 그었지만, 문건 유출에 대해서는 “내부 조사를 거쳐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지상파 뉴스의 대형 방송사고 일자 같은 날 케이블 채널 엠넷 ‘비틀즈코드’로 ‘일베방송’ 의혹이 확산됐다. ‘쇼미더머니’ 출연자 특집으로 꾸며진 이날 방송에서 벌어진 랩배틀 과정에서 비속어 ‘개꽐라’를 삐처리하고 화면 하단을 통해 개와 코알라 이미지를 삽입했던 것이 ‘일베’가 만든 ‘노알라’라는 추측이었다.
이쯤하면 비상이다. 파괴적인 ‘일베 현상’에 연예계와 방송가는 연일 몸살이다. 방송사고로 홍역을 치른 SBS의 경우 비난여론 이후 보도국과 앵커, 홍보팀이 나서 사과를 거듭했고 심지어 ‘일베’ 연루 의혹까지 일자 내부에서도 간단히 넘길 상황이 아니라는 점을 감지하게 됐다. 방송사까지 움직인 ‘일베현상’ 때문이다.
극우 인터넷 문화를 대변하는 일베는 2010년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디시인사이드’에서 독립해 지난 총선과 대선을 거친 이후 조직적인 커뮤니티로 급부상했다. 과거 진보 진영 일색이었던 온라인 사이트에서 갑작스레 등장한 보수 커뮤니티의 대명사인 ‘일베’. 소셜미디어 분석업체인 트리움의 이종대 이사는 “‘일베’는 자극적인 언어를 사용하고 보수 성향을 가졌다는 특징이 두드러지며 과잉대표됐다”며 “대립구도를 가지고 성장한 커뮤니티답게 미디어의 주목을 받으며 함께 커졌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이슈 마찰력’을 가지고 덩치를 키운 탓에 비슷한 성향의 대중에겐 극단적인 지지를 받고 반대쪽으로부턴 무차별적 공격을 받는다는 얘기다.
사실 그동안의 인터넷과 SNS는 진보성향 이용자들의 영토였다. 대다수 ‘일베’와는 반대의 정치성향을 가진 이들은 스타와 방송에서 ‘일베’와 닮은 모습을 보이게 될 경우 파괴적인 반응으로 응답하고 있다. 아군이 아니면 모조리 적군으로 돌리는 ‘일베’와 같은 방식으로 그들을 공격하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 씁쓸한 지점이다. 연예인들의 과격한 언어표현과 SBS의 방송사고가 집중공격을 받게 된 이유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종대 이사는 “일베에서 주로 사용하는 키워드를 분석해보니 3위 안에 올라 있는 것은 욕이었다”며 “정치성향의 문제도 두드러지지만 ‘일베’의 또 하나의 특성은 중고등학교 시절 어린 남학생들이 욕을 즐기며 노는 또래집단의 문화가 그대로 반영돼 있다. 이는 청소년기의 보편감성의 하나인데, 성인이 된 이후 인터넷 공간에서 스스로를 ‘일베충’이라고 비하하며 하나의 놀이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거친 용어에 쾌감을 느끼는 젊은이들도 있지만 이로 인한 마찰계수는 반드시 존재하게 된다”는 말로 최근의 현상들을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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