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라 당스’

프랑스 유명 건축가 샤를 가르니에가 지어 ‘팔레 가르니에’라는 이름을 얻은 곳, 소설과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무대가 된 곳.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옥상에서 벌을 치고 꿀을 얻는다는 사실을 알고 계신지? 악마적인 음악의 욕망에 사로잡힌 유령 대신 각종 기계장치가 그득히 들어서고, 어디서인지 모를 구령 및 음악 소리가 들려오는 지하실을 본 적이 있으신지? 다큐멘터리 영화 ‘라 당스’(원제 La danse: le ballet de l‘opera de paris, 감독 프레드릭 와이즈먼)는 유구한 전통의 파리 국립 오페라 극장의 지하실부터 옥상까지, 세계 최고 무용수들의 리허설부터 무대 공연까지, 비밀에 꼭꼭 감춰뒀던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정점에는 제목대로 무대 위의 ‘춤(la danse)’ 그 자체가 놓여지지만, 이 영화는 ‘춤’뿐 아니라 ‘춤’의 안팎, ‘춤’을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담아낸다. 거기에는 무용복을 재단하는 바느질과 땀에 전 옷을 세탁하는 청소부의 손길로부터 공연작품과 스케줄을 정하고 출연진을 짜는 ‘예술행정’ 및 비즈니스까지 아우른다. 결정적으로는 춤을 구현하는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몸과 머리가 있다. 프레드릭 와이즈먼 감독은 “가장 우선적으로는 무용이 상징하는 것에 대해, 몸과 머리의 관계에 대해 알고 싶었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무용수들은 예닐곱 살 때부터 연습을 통해 만들어진 몸짓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합니다. 그로 인해 나이가 들면 병을 얻게 되지요. 어떤 면에서 무용은 죽음과의 싸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용은 소멸을 전제로 하고 있죠.”

‘하나, 둘, 셋, 넷, 데가제(한 발을 축으로 무게를 지탱하고, 다른 한 발은 허공에 풀어놓는 동작)’ ‘위로, 위로, 다리 위로’ ‘생각이 많으면 안 돼!’ 영화는 쉼 없는 동작으로 ‘헉, 헉’거리는 무용수들의 숨가쁜 호흡과 지도자들의 구령 및 지시로 가득찬 연습실 한가운데에 카메라의 초점을 맞춘다. 리허설과 무대공연 장면이 주제 선율이라면 오페라 극장의 내외부와 발레단의 사무국, 무용복을 만드는 재단실 등은 변주와 장식이다.

동작 하나 하나를 만들고 익혀가는 무용수들의 연습장면은 무대 위 실제 공연을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춤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끔 한다. 춤이란 더 유려하고 역동적이며 아름다운 동작을 만들어내는 ‘육체’이기도 하지만, ‘운명과 비극을 표현하며 저항할 수 없는 힘을 모든 행동으로 담아내는 일’, 즉 영혼의 영역에 속하는 것이기도 하고, ‘애무와 상처의 이중적 의미를 담아내는 움직임’ 같은 상징의 문제이기도 하다. 극중 인용되는 모리스 베자르의 말처럼 “무용수는 절반은 복서이고 절반은 수녀”이며 춤은 정의할 수 없는 순간에 다다라 장 콕토의 말대로 “설명(해석)은 관객의 몫이 되는” 예술이다. 이제 갓 입단한 무명의 젊은 무용수에겐 “단역을 거쳐 군무에서 솔리스트, 그리고 주역에 이르는” 서열과 성공의 사다리를 뜻할 것이며, 예술감독에겐 “예술이자 동시에 행정과 비즈니스”일 것이고, 정부의 예술정책 입안자에겐 40살이 정년인 특수한 연금제도의 직업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라 당스’는 350년 전통의 문턱을 처음으로 넘어가 파리 국립 오페라 발레단에 카메라를 들이댄 최초의 다큐멘터리다. 9개월간 촬영했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무용수 150여명과 스태프 1500여명의 일상뿐 아니라 ‘호두까기인형’이나 ‘로미오와 줄리엣’ 등 고전 발레부터 ‘제누스’ ‘파키타’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메데이아의 꿈’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등 현대 발레 레퍼토리의 주요 장면도 159분의 러닝타임 속에 담겼다. 22일 개봉.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