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정책을 책임진다는 3각 트라이앵글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모르겠어요. 대통령의 말이 곧 법이자 철학인 것 같네요. 조변석개라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죠. 딱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아닌가요”

지난 나흘간 펼쳐진 ‘중산층 세금폭탄’ 논란을 지켜본 한 여권 인사가 내뱉은 자조섞인 말이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통령의 세제개편안 전면 재검토 지시 한 마디에 청와대는 물론 새누리당, 정부 모두 우왕좌왕했다. 겉으로는 긴급하게 움직이는 듯 보였지만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본 인사들은 한결같이 ”책임 회피에 급급하다”고 비판했다.

이날 당ㆍ정ㆍ청 3각 트라이앵글의 ‘중산층 세금폭탄’에 대한 반응은 정확히 박 대통령의 지시 이전과 이후로 나뉘었다. 이날 오전까지만해도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등 정부의 기류는 “방향은 맞는데 너무 한쪽만 부각시켜 정치 쟁점화하고 있다. 의도대로 홍보가 안된 것 같다”로 반복됐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수정은 있어도 정부가 나서서 수정할 의사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날 오전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번 세제개편안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기는 했지만 세목(稅目) 신설이나 세율(稅率) 인상이 없으니 엄밀히 따져서 증세는 아니다라는 기류가 흘렀다.

하지만 이날 오전 10 30분께 박 대통령의 수석비서관회의 모두 발언이 공개되자 사정이 확 바뀌었다. 새누리당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11시께에 현오석 경제부총리를 호출, 세 부담이 늘어나는 중산층의 규모를 줄일 것을 강력하게 주문했다. 오후 4시에도 긴급하게 경제팀을 불러들여 질책했다. 청와대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게 나왔다. 청와대가 결정한 것을 왜 당이 뒤처리를 해야 하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비난의 화살이 대통령에게 향할까 노심초사하기에 바빴다. “박 대통령도 세부 내용은 잘 몰랐다”고 장막을 치더니, 입법예고 과정에서 법안 수정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7개월동안 고생고생해서 개정안을 만들었다는 기재부는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8시간만에 원점검토로 후퇴했다. 그리도는 뚝딱뚝딱 밤을 새워 하루만에 신(新) 세법개정안을 만들어 13일 오후 새누리당 의원총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대통령 한마디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이 춤을 추고 있는 셈이다.정치권 한 관계자는 “청와대는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정부와 당은 원칙도 철학도 없이 청와대만 쳐다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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