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영상 기자]지난 5월 광주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전국상공회의소 회장단 회의. 당시 손경식 상의 회장이 입장하자 행사장에 있던 71개 지방상공회의소 회장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손 회장은 웃음을 띈채 이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이들과 인사를 하는데도 몇분이 걸렸다. 손 회장이 자리에 착석하자, 연로한 이들 역시 곧바로 의자에 앉았다. 어찌보면 장관이었다. 상의 회장의 위상을 상징한 단면이다.
재계단체장, 한마디로 폼 나는(?) 자리다. 수 백, 수 천 회원사, 나아가 수 만, 수 십만 회원사를 대표하는 자리인만큼 위상도 막강하다. 그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는 재계의 바로미터다.
경제민주화 시대는 더욱 그렇다. 재계단체장의 회원사 이익을 대변하는 발언, 정부를 향한 반격 등은 한시대 재계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래서 일부 경제단체장은 ‘재계의 대통령’으로 불린다. 정치권력을 빼고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제2의 파워‘라는 얘기를 듣는 배경이다.
과거 역시 그랬다. 전경련 초대 회장이었던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 무역협회장을 역임한 남덕우 전 총리, 경총 회장을 맡았던 이동찬 코오롱그룹 명예회장, 상의 회장으로 업적을 남긴 박두병 두산 초대회장 등등. 이들은 기업가 정신과 올곧은 경제관, 국가관으로 우리 경제발전사에 일조하며 당대 재계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정치 권력 못잖은 ‘파워’를 지닌채 말이다.
물론 경제단체장이 영광의 자리만은 아니다. 회원사 이익을 우선하다보니 때론 정치권으로부터 갖은 압박을 받고, 경우에 따라선 온갖 수모를 받기도 한다. 세무조사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영예의 자리지만, 그래서 동시에 기피의 자리다. 민감한 시대일수록 단체장 자리는 한동안 공석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경제단체 수장의 위상과 역할을 훼손할 정도는 아니다. 단체장은 정부 기업 정책의 최고 파트너이자, 최상의 협력꾼이다. 역대정부는 저마다 재벌개혁 등 슬로건을 외쳐왔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재계단체와 타협을 하며 협력을 요청해왔다. 재계단체의 협조없이는 투자나 일자리 창출 등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정부도 경제단체가 ‘세상을 움직이는 또다른 손’이라는 것을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모양새. 시간은 흐르고 또 흘렀지만 이것이 하나의 일정 패턴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혹자는 말한다. 경제민주화 시대는 다르다고. 공정과 약자에 대한 배려가 골자인 경제민주화 앞에선 대기업의 횡포도, 가진자의 부당한 권세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고. 재계 이익만 대변하는 재계단체, 회원사 입장만 살피는 단체가 있다면 이들에게 새 변화를 압박하는 것은 이같은 명분 때문이다.
맞는 말인지 모른다. 시대는 바뀌었고, 경제민주화가 아니어도 다른 이름으로 포장한 변혁의 화두는 멈추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로선 경제단체장의 위상과 역할은 경제민주화 시대라고는 하지만, 옛날보다 조금도 작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정치권력 앞에선 움츠려들지만, 재계로 돌아와서는 막강한 리더십을 보이는 재계단체장 모습은 한국 경제사의 새활로와 뗄레야 뗄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분명히 뭔가는 변해야 한다. 재계단체장 역시 이를 잘 알고 있다. 군림하려 해도 군림할 수 없는 시대, 재계를 대변하는 일꾼으로서 새 키워드를 창출해야 할 임무가 발 등에 떨어졌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감지하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제2의 손인 경제단체장, 그들은 누구며, 오늘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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