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윤정희(부산) 기자] 설동근 총장(65ㆍ사진)이 부산 동명대학교에 부임한 것은 14개월 전이다. 화려한 경력처럼 그를 수식하는 문장도 다양하다. ‘부산발 교육혁명의 주인공’, ‘CEO(최고경영자)형 교육감’, ‘현장밀착형 교육행정가’ 가 그것이다. 그를 만나기 위해 동명대학교를 찾아가는 길에 이러한 수식어들이 주목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마산고, 부산교육대학교를 졸업한 설 총장은 한 때 선박회사를 경영하던 CEO였다. 물론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하진 못했지만, 그 안에는 경영자의 DNA가 남아 있었다. 2000년 교육위원 투표를 통해 부산시교육감으로 선출됐고, 2007년 주민 직선까지 모두 세차례(12대, 13대, 14대) 교육감을 연임했다. 교육감 시절 부산발 교육혁명을 이끌었던 설 총장은 부산교육청을 5년 연속 전국 최우수교육청으로 이끌면서 자신의 능력을 증명했다. 탁월한 경영감각으로 인재를 중용한 결과라고 받아들여졌다.

설 총장은 교육감 시절 대통령자문 교육혁신위원장으로도 활동했으며, 이후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정부에선 교육과학기술부 제1차관 등을 역임했다. 최근엔 박근혜정부 교육부의 제1기 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에 위촉됐다.

“대학의 위기는 이미 도래했습니다. 학생수는 줄어들고 있는데 내일도 오늘과 같을 것이라는 안일함에 빠져 있어선 안됩니다. 위기를 깨닫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 살아남기 위해 변화하고 혁신해야 합니다.”

주위 사람들에게 긍정의 대명사로 인식된 그가 처음 꺼낸 말은 의외로 절망적인 단어들이었다. 암울한 종착점을 향하는 열차에 탄 것처럼 모든 대학의 형편이 마찮가지라는 것. 죽어서 수선화가 된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os)처럼 대학이 자기애와 자기만족에 빠져 지낸다면 그 끝은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국내 대학의 위기를 증명하는 수치도 제시했다. 그는 2020년이 되면 신입생 학령 인구가 대학 정원의 3분의 2 정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원을 3분의 2로 줄이고도 대학들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동명대 뿐 아니라 모든 대학이 그렇다는 얘기다.

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전략으로는 불가능하다. 대학의 위기가 현실로 도래한 지금, 그것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대학이 살아남기 위해선 무언가 특별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하지 않으면 죽습니다. 열정과 변화는 오늘날 대학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입니다.”

설 총장이 취임 초기부터 내세운 변화는 ‘산학실용교육 명문대학’의 실현이었다. 1년여가 지난 현재, 설 총장의 도전은 다양한 성과를 거두며 ‘대학교육 혁명’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동명대는 지난 5월 교육부가 실시한 산학협력선도대학육성사업(LINC) 1차 연도 평가에서 동남권 8개 평가 대상 대학 중 ‘최우수’ 평가를 받았다. 교육부는 동명대가 교육체제를 산학협력에서 높은 효율을 발휘할 수 있는 방식으로 개편했고, 이에 따른 맞춤형 인재양성과 기업지원 시스템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교육부는 또 올해 교육역량 평가사업에서도 동명대를 선정했다. 교육역량강화사업 1단계 평가를 통과한 대학은 전국 72곳으로 동명대는 개교 이래 처음으로 교육역량 평가사업에 선정된 셈이다.

이외에도 동명대는 ‘기업 수요 맞춤형 교육’에 초점을 맞춘 전국적 차별화 시책들을 잇따라 ‘실천’에 옮기고 있다. ‘창조경제 구현부서’를 교내에 전국 대학 최초로 운영하는가 하면, 교수와 기업인이 함께 가르치는 ‘산학융합교과목’ 강의를 올 1학기부터 전국 대학 중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또 재학생들이 국내기업 제품을 해외에서 마케팅하는 해외보부상, 수료생 100% 취업 기록을 달성한 청년취업아카데미(조선해양플랜트분야), 11개월간 졸업예정자 중 1300여명에 시행 중인 취업종합클리닉 ‘수요정장데이’ 등도 차별화 시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올해 1학기, 지역대학으로는 처음 신입생 동기유발학기제를 과감하게 시작해 관심을 끌고 있다. 대학 내 교육과정을 고쳐서 일부 학과의 신입생을 대상으로 시범 도입한 이 제도는 1학기 3주 동안 정규 수업 대신 미래설계, 적성 발견, 리더십 함양, 현장 탐방, 특강 등을 집중적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산학실용교육’을 위해 사회 진출을 앞둔 3, 4학년 학생 50명을 선발해 교수와 기업가가 동시에 멘토가 되어주는 더블멘토링도 올해 학기 초에 시작했다. 최근에는 부산지역 각 분야의 지도급 인사를 학생에게 취업 멘토로 연결하는 잡멘토링 제도까지 도입했다.

지난 3월에는 엔비디아, 델, CJ파워캐스트 같은 국내외 굴지의 정보통신(IT) 기업과 손을 잡고 막강한 성능의 컴퓨터그래픽 처리 장비를 도입하고 슈퍼컴퓨팅응용센터를 개설한 것도 화제가 됐다.

숨 가쁜 변화의 행보, 그 중심에는 언제나 설 총장이 서 있었다. 하지만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동명대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정부의 재정제한을 받지 않는 것만도 다행스럽게 생각할 정도로 총체적인 난관에 봉착해 있었다. 변화와 차별화를 강조하며 일거리를 만드는 설 총장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화려한 전적에도 불구하고 대학교육에 대해선 증명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협력을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설 총장은 줄기차게 변화를 주문했고 진정정 있는 설득을 계속했다. 변화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선 신뢰와 존중을 먼저 보였다. 이런 노력끝에 동명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설 총장의 진정성 있는 열정은 학생들과 교수들에게도 서서히 전염됐다. 자부심도 커지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도 생겨났다. ‘산학실용교육 명문대학’을 향한 한가지 꿈을 학생과 교수, 교직원들이 함께 이뤄가기 시작했다.

2002년, 우리에겐 즐거운 기억이 있다. 강팀들과 만나면 주눅들던 한국축구가 월드컵 4강에 올라 세계를 놀라게했던 것을 우리는 ‘히딩크 매직’이라고 불렀다. 위기에 봉착한 국내 대학교육의 현실 속에서 변화와 열정을 불어넣는 ‘설동근 매직’이 위력을 발휘해주길 모두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