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또 논란이다. ‘진정성 논란’.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이 올초 조작 논란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른 이후 불과 6개월 만에 다시 한 번 ‘논란’에 휩싸였다. ‘캐리비언’ 편으로 웃음과 진정성을 다 잡겠다는 각오도 다졌지만, 2일 방송분에서 포착된 ‘의외의 장면’은 반전의 키를 잡은 ‘정글의 법칙’엔 찬물을 끼얹은 셈이었다.
이날 방송된 ‘정글의 법칙 in 캐리비언’에서 병만족은 벨리즈 정착과정에서 직접 불을 피우는 장면이 전파를 탔다. 김성수와 조여정을 비롯한 열혈 부족들은 정글생활을 위해 손수 불을 피우겠다고 나섰다. 당연히 쉽지 않았다. 아무리 불을 피우려 해도 요령이 부족한 신참들에겐 힘든 일이었다.
‘문제의 장면’은 여기서 나왔다. 고기잡이에 나섰다 돌아온 족장 김병만에게 김성수는 “일단 너도 좀 쉬어. 어차피 불이 없어서 아무 것도 못 먹어”라고 말했다. 예리한 시청자들은 김성수의 뒤쪽에 서있던 오종혁이 담배를 들고 있는 장면을 포착해냈다.
시청자들은 이에 “뻔히 불을 붙일 수 있는 상황인데도 고생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쏟아냈다. 의혹이 커지자 제작진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2일 방송된 내용 중 출연자가 담배를 들고 있는 장면이 노출되는 사고가 있었다”고 인정하며 “편집 과정에서 충분히 체크하지 못한 명백한 편집 실수이며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차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더욱 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글의 법칙’은 대자연 속에서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생존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라며 “출연진이 불을 직접 만들어내는 장면은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따라 자발적인 의지로 파이어 스틸을 사용해 진행됐고 다른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편집상의 실수는 인정하지만, 조작은 아니라는 얘기였다.
박보영 소속사 대표가 남긴 “‘정글의 법칙’은 거짓방송”이라는 SNS 글은 이 프로그램의 진정성에 큰 상처를 입히며 이후 ‘정법’ 조작 증거 모음이 떠돌게 만들었다. 6개월 만에 다시 논란이다. 이번 논란 역시 다시 활기를 찾기 시작한 ‘정글의 법칙’엔 큰 흠집으로 남게 됐다.
지만 여기에는 시청자와 제작진의 견해차이가 두드러진다. 시청자들은 ‘정글의 법칙’을 ‘리얼’로 받아들이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실상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라는 것이다. ‘사실’이라기 보단 ‘사실적’인 프로그램에 기반한다는 것인데, 시청자들의 생각은 이와는 다르다는 데서 온다. 그만큼 배신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글의 법칙’ 멤버들이 거쳤던 정글에서의 삶은 말 그대로 ‘생고생’이다. 제대로 씻을 수 있는 여건이 안돼 여배우들은 세수도 못한 채 얼굴은 거뭇거뭇해져 있고,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 병만족은 늘 분주하다. ‘생존의 공간’으로 탈바꿈한 ‘정글’에서 병만족은 뭐든지 해낸다. 살기 위해 고기를 잡고, 살기 위해 불을 붙인다. 대개의 시청자들은 ‘정글의 법칙’이 찾는 히말라야, 벨리즈, 아프리카 등을 진짜 ‘결핍의 공간’으로 받아들인다.
그 과정에서 연이어 조작의혹이 제기됐다. 이번에도 시청자들은 “카메라 앞에서는 불을 피우느라 진땀 빼고, 그 뒤로는 태연히 라이터로 불을 붙여 담배를 태우고 있다. 이런 상황 자체가 모순이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제작진은 불을 피울 수 없었던 상황이 아니라 출연자들이 스스로 불을 피우겠다고 자청해 나선 상황이라고 해명한다. 자청해나선 ‘결핍’은 여건상 완벽한 리얼일 수는 없지만, 그 노력만큼은 조작이 아닌 진짜라고 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앞에선 불을 피우려 애쓰고 뒤에서는 버젓이 담배를 손에 쥔 것이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족장 김병만이 아무리 “카메라 안에서나 밖에서도 진정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다” 해도 시청자들은 “카메라 안팎의 행동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미 감지했다. 지금 ‘정글의 법칙’은 또 다시 불거진 논란으로 진정성에 상처를 입고 말았다. 다만 이번 논란이 다소 안타까운 것은 생존을 위해 떠난 정글에서 몸을 사리지 않은 출연진과 제작진의 노력은 결코 조작이 아니었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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