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어’ 이정길 ‘스캔들’ 박상민 등 이중적 반전캐릭터 극 재미 더해

요즘 드라마는 ‘악역천하’다. 종류도 각양각색이다. 공감형 악역, 뻔뻔한 악역, 돌이라도 던지고픈 악랄한 악역. 하지만 그 뒤로는 하나같이 이중적인 모습이다. 선한 얼굴 뒤에 악랄한 본성을 숨기고 있거나, 악한 모습 뒤로 연약한 모습을 감춘 ‘반전 캐릭터’다.

MBC 새 수목드라마 ‘투윅스’를 통해 악역으로 돌아온 배우 김혜옥은 “요즘 드라마에서 이중적인 모습을 지닌 악역들이 유행”이라며 “시청자들도 악역을 보는 재미로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악역은 드라마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어떤 줄기의 드라마이든 악역은 한 작품 속에서 갈등을 증폭시키는 인물로, 주인공의 성장과 성공스토리에 걸림돌이 되며 극적 긴장감을 불러온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KBS2 ‘상어’는 미스터리 복수극이라는 장르 안에서 배우 이정길을 절대 악인으로 등장시켰다. 드라마에서 그는 겉으로는 선량하고 존경받는 대기업의 총수였지만, 뒤로는 극악무도한 행동을 서슴치 않는 인물이었다. MBC ‘스캔들’에서 박상민도 성공을 위해 인명까지도 희생시키고 호탕하게 웃어재끼는 비열한 인물이다. 그의 악행으로 ‘스캔들’이 시작됐으니, 한 인물의 악행은 드라마에선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임을 감지할 수 있다.

‘상어’와 ‘스캔들’의 악인이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세태를 반영하며 시청자들의 공분을 사는 악인이었다면, 악랄하고 비열한 모습 뒤에 공감을 사는 ‘역설적인 악역’도 있다. SBS ‘황금의 제국’에 등장하는 손현주가 연기하는 최민재다.

‘황금의 제국’에서 최민재는 거대한 재벌가 안에서 로열패밀리들과 회장직을 놓고 다투는 인물이다. 태생부터 다르다. 부회장의 아들인 탓에 회장의 자제인 무능력한 사촌형에게 끊임없이 굴욕을 당하고, 자금 위기를 막기 위해 전처를 버리고 정략결혼도 해야했다. 태생 탓에 발버둥 치기가 일쑤인 패배감와 열등감의 상징이다. 시청자들은 상대적인 박탈감과 콤플렉스로 악인이 되는 현실에 공감하고 이 캐릭터에 연민을 느끼고 있다.

‘최고의 악역’은 종영을 앞둔 SBS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도 등장했다. 정웅인이 연기하는 민준국은 가진 것 없는 자의 설움과 울분이 살인마가 되는 길로 이끌었다. 다양한 장르가 혼합된 이 드라마 안에서 정웅인은 “새로운 결을 만들어주며 멜로로 흐를 수 있는 상황에도 제동을 걸었다”고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설명했다.

배우들에게도 악역으로의 도전은 매력적이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지만 드라마 안에서는 능수능란한 연기로 시청자들의 숨통을 조여오는 긴장감 넘치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투윅스’를 통해 다시 한 번 악인을 연기할 조민기는 “악역은 가장 진실한 인물”이라며 “보여지는 것은 선과 악이지만, 왜 악한 행동을 하고, 악한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그런 행동을 해야만 하는지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악역의 기능에 따라 고통 받는 캐릭터에 시청자들이 더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장치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가장 자신다운 악역으로 연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브라운관의 악역 전성시대를 달라진 인식변화에서 찾았다. “악역은 극의 성격을 만드는 중요한 인물들이다”며 “과거의 악역은 배우나 시청자에게도 기피대상이었지만, 이젠 대중도 악역을 연기자의 역할로 받아들이게 됐다. 악역을 잘 하면 드라마의 재미가 달라진다는 것을 대중도 알고 있다. 하지만 악역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다. 연기력이 관건이다. 때문에 연기공력이 있는 중견배우들을 중심으로 그 힘이 발휘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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