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극약처방…우량계열사 매각ㆍ부실계열사 청산 불가피
자금난 시달리던 동양그룹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라는 최후 수단을 선택했다. 계속되는 유동성 압박과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불가피한 결정으로 보인다. 동양그룹은 30일 지주사인 동양과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3사에 대해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아직 법원의 인가가 남았지만 채권단과 투자자 손실을 감안해 빠른 회생관리 절차가 시작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회생절차 신청 이후부터 채권채무가 동결되는 대신 자산매각 등 고강도 구조조정과 자구노력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그룹은 사실상 해체의 길로 들어선 셈이다.
▶한숨 돌렸지만 정상화까진 첩첩산중=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동양그룹의 신청을 받아 계열 3개사에 대해 재산보전 처분 및 포괄적 금지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의 채권채무가 이날부터 동결됐다.
동양그룹은 이날 ㈜동양이 발행한 905억원의 회사채와 나머지 계열사 발행 기업어음(CP) 165억원 등 1070억원의 채무 만기를 맞았다. 전날까지 마련한 자금은 600억원가량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날 예정됐던 동양매직 매각대금(1200억원) 유입이 차질을 빚으면서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인 KTB PE 컨소시엄이 금융감독원 펀드 등록 신청을 미루고, 인수대금 납입 연기를 통보했다.
동양그룹은 회생절차를 택하면서 “자금경색과 위기여론의 심화로 투자자 보호의 최종적 근간이 될 자산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이를 보전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기업회생절차 신청으로 동양 등 3사는 관리인 선임되고, 이후 자산매각 등 강력한 구조조정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3개사 외에 상대적으로 재무구조가 양호한 비금융계열사는 채권단과 협의를 거쳐 경영개선 방법을 모색하거나 독자생존의 길을 걷게 된다.
동양그룹은 2010년 이후 주채무계열 선정대상 기준에 해당하지 않아 재무구조개선약정 등 은행의 관리대상에서 제외돼 사태가 악화됐다. 이로 인해 이들 기업은 과다한 시장성 차입금에 의존하면서 동양그룹의 부실을 떠받쳐 왔다는 지적이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이 극도의 혼란상황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질서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회생절차의 절박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일단 첫 고비는 회생절차 개시 여부다. 법원은 대표자 심문 등을 거쳐 이들 기업에 대한 회생절차 개시요건이 인정되면 인가해줄 방침이다. 대표자심문은 10월 2일 진행된다.
또 기존 경영진이 관리인으로 선임되는 DIP(Debtor In Possession) 인가도 동양으로선 긴장되는 부분이다. 부실의 책임을 진 현 회장과 현 임원을 채권단과 법원이 인정하느냐 여부다.
회생절차 개시 이후에는 강도 높은 구조조정 등 지속적인 자구노력과 재무개선 추진으로 최단 기간 내 기업회생절차 졸업과 동시에 조기 경영정상화를 도모해야 한다. 특히 법원은 이르면 6개월만 법정관리 종결이 가능한 가능한 패스트트랙 적용 원칙에 따라 채권조사, 기업가치 평가, 회생계획안 결의 및 인가 등 후속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할 예정이다.
▶동양네트웍스ㆍ시멘트만 남는다?=동양그룹이 가진 부채총액 자산의 1200%에 이르는 4조원 선이다. 이 중 절반가량이 회사채(CP) 등 은행권 대출이 아닌 1, 2년짜리 단기 시장성 차입인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선 최소 2조원 정도가 순차적으로 필요한데, 이번에 동양매직 매각 불발로 그 고비 하나를 넘지 못하고 좌초한 셈이다. 회생절차 신청에 따라 동양그룹은 나머지 계열사에 대해서는 채권단과 협의해 독자생존, 워크아웃, 매각 등에 나서게 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면 동양그룹은 우선 동양매직 매각을 다시 추진하게 된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됐던 KTB PE컨소시엄이 지위를 유지할 지는 알 수 없다.
이어 동양파워 지분 매각을 비롯해 동양증권, ㈜동양 섬유사업부 매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동양레저ㆍ동양인터내셔널 등 부실이 심한 일부 계열사는 청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회생절차에 따라 부실 계열사와 연대보증 고리를 끊을 수 있고, 계열사 매각에 따른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동양시멘트와 동양네트웍스 등을 살릴 수 있을 것으로 시장에서는 분석하고 있다.
조문술 기자/
freiheit@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