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은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그녀의 리더십은 지난 추석 직전 3자회담에서 ‘90분 동안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진’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권력을 과시하지 않고, 다른 의견을 포용하면서도 힘을 가진 정책을 펴는 무티(Muttiㆍ독일어로 ‘엄마’)의 리더십.’
세계 정치 지도자들 사이에 ‘메르켈리즘’ 신드롬이 불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59) 총리는 독일 총선에서 압승하며 3선에 성공, 철의 여인으로 불리는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를 넘는 최장수 유럽 여성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독일 언론들은 이번 총선을 부드러운 뚝심, 무티의 리더십으로 ‘녹슨 전차(戰車)’ 독일을 유럽 최강으로 이끈 메르켈 개인의 승리로 평가하고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일간지 쥐트도이체 차이퉁은 “메르켈리즘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권력을 과시하지 않지만, 힘을 가진 정책’으로 대변되는 시대를 메르켈리즘의 시대로 규정했다. 독일인들은 돈을 아끼는 슈바벤 지역 주부 스타일의 검소함을 좋아한다. 권력을 가진 것을 특별하지 않은 일로 바꿔 놓은 메르켈의 소탈한 성품에 독일인들은 열광했다.
대처 전 총리가 비타협 강경 노선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면 메르켈 총리는 통일 독일의 화합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대처 전 총리가 야당과 노조 등 자신의 반대 세력에 대해 타협 없이 강하게 대응한 반면, 메르켈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화합형 지도자로 자리매김했다. 노조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무절제한 자본주의를 경계하는 ‘따뜻한 보수주의자’로 통한다.
우파 신문인 벨트는 사설에서 “독일인들은 메르켈이 잘난 척하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면서 “그녀가 일하는 방식에는 나르시시즘(자기애)이 없다. 자신의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거나 가르치려 들지 않는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거창한 구호 대신 솔직하고 직설적인 화법,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대화와 설득으로 정치적 난제를 해결하는 메르켈의 ‘통합의 리더십’은 강한 권력을 추구하는 전 세계 지도자들에게 은근한 비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미래를 두려워하는 시기엔 대개 강한 지도자를 열망한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러시아의 블리디미르 푸틴 대통령 등 일부 권력자들은 이에 편승해 강력한 정치ㆍ경제 개혁 드라이브와 강한 지도자 이미지로 국민들의 마음을 사려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 정적과 이웃 나라에 대한 몰이해와 독불주의는 곳곳에서 갈등과 마찰음만 남기게 마련이다.
국제외교 무대에서 메르켈리즘은 존재감 없는 미국을 자초한 ‘오바마 독트린’과 비교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시리아와 이집트 등 중동사태에서 결단 부족과 오판으로 외교적 딜레마에 빠져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2008년 이후 유럽 경제 위기 속에서도 냉정함과 침착함을 잃지 않고 대처하면서 독일뿐 아니라 유럽의 미래를 좌우하는 지도자로 거듭났다.
메르켈의 통합의 리더십은 지난 추석 직전 3자회담에서 ‘90분 동안 각자 할 말만 하고 헤어진’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추석 민심과 복지, 민생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자기주장만 내세우는 우리 정치권을 보면 근혜리즘, 한길리즘은 요원해 보인다.
test10014@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