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궁합 환상 엄청난 시너지 발휘 닭살 대사도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
상대배우 대사톤·분위기에 맞는 애드리브성 연기 펼치는 공효진 어떤 남자와 연기해도 자연스러워
SBS 수목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소지섭과 공효진의 멜로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길을 끌게 한다. 여성 시청자는 상처가 있는 젊은 사장 주중원 역을 맡은 소지섭에게, 남성 시청자는 뭘 해도 자연스러운 연기를 하는 태공실 역의 공효진에게 쉽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소지섭과 공효진의 연기궁합(케미) 역시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초반에는 ‘주군의 태양’의 홍자매 작가가 직전에 썼던 ‘최고의 사랑’에서 만들어낸 차승원-공효진의 연기궁합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 두 사람의 시너지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청자는 어느새 공효진과 소지섭의 멜로연기를 보는 맛에 푹 빠졌다.
드라마는 사고로 귀신을 보는 능력을 지니게 된 태공실과 첫사랑의 저주에 시달리며 난독증을 앓고 있는 주중원의 공생 스토리다. 그러면서 교통사고를 당해 실종된 아이가 사실은 살인당했다는 이야기 등 몇몇 에피소드를 통해 무섭지만 슬픈 사연을 지닌 채 떠도는 영혼을 위무한다. 복수, 사랑, 부정 등으로 이승을 못 뜨고 있는 귀신에게 한을 풀고 떠나게 해준다. 우리 주변에도 억울하게 죽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 에피소드는 공감되고, 그들에게 위로의 장을 마련한 셈이 된다.
종반부에 이르러 스토리가 조금 복잡해지면서, 이 스토리의 긴장감만 살릴 수 있다면 유종의 미를 맺을 수 있다. 소지섭은 어렸을 적 유괴된 적이 있고 죽은 첫사랑인 차희주(한보름 분)는 어떤 식으로건 이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차희주의 쌍둥이 언니이자 영국의 부유한 가정에 입양돼 자란 한나(황선희 분)가 등장하면서 스토리가 복잡해졌다.
차희주의 영혼은 태공실에게 “중원을 사랑한다면 몸을 빌려달라”고 부탁하고, 한나는 주군을 납치한 범인이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하다. 둘 가운데 한 명은 돈 때문에 어린 주군을 납치했던 공범이다. 그런 가운데 태공실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던 소지섭은 사고로 기억상실증에 빠져있다.
이야기는 어떻게 끝나도 시청자는 공효진과 소지섭이 잘되기를 갈구하고 있다. 이는 ‘방공호’ ‘태공실존(zone)’ 등 닭살 대사를 아무렇지도 않게 소화하는 두 사람의 연기가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연기궁합이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
공효진은 멜로에서 예뻐보이려고 하지 않는다. 망가지는 연기, 표정이 안 예뻐질 만큼 흐트러지는 우는 연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공효진은 현장에서의 ‘감’을 중시한다. 집에서 열심히 대사만 외워서 현장에서 뺃어내는 스타일이 아니다. 상대의 대사톤과 분위기에 맞는 ‘애드리브성(性)’(애드리브와는 많이 다르다) 연기를 펼치기 때문에 어떤 남자와 연기해도 자연스럽다.
멜로드라마를 본 시청자 사이에서 “두 사람 서로 사귀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최고의 칭찬이다. 공효진은 멜로연기만 펼쳤다 하면 그런 이야기를 듣는다. 공효진은 로맨틱 코미디의 여자 캐릭터를 많이 맡아 이번에는 다른 역을 찾았다. 하지만 ‘주군의 태양’은 “귀신이 보이고 어둡고 음침하다. 밝음을 유지하던 전 캐릭터와는 다르다고 생각했다”고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했었다.
‘주군의 태양’은 공효진이 이전에도 맡았던 멜로의 여자 주인공이지만 이전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다크서클을 진하게 칠해도 조금의 거부감 없이 볼 수 있다. 소지섭에게 쑥스러워하면서 할 것은 다하는 공효진의 연기는 최고조에 달해있다.
기억상실증에 빠진 소지섭에게 난독증은 치료됐다. 소지섭 옆에는 ‘폭풍우 치는 밤에’라는 책이 놓여있다. 늑대와 염소의 종족을 초월한 진한 우정과 사랑을 그린 작품이다. 늑대인 소지섭이 기억을 찾아 염소인 공효진을 알아볼 것인가? 못 알아보더라도 엔딩은 진한 울림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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