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한바탕 주파수 경매전이 끝나자마자 통신 3사가 예정대로 속도 경쟁에 돌입했다. KT, SK텔레콤, LG유플러스 순으로 잇따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 광대역LTE 서비스 및 망 구축 계획을 공개했다.

그런데 간담회가 열릴 때마다 없던 숫자가 하나씩 생겨났다. 이제 막 LTE에서 LTE-A로 넘어가는 시점에 다운로드 최고 속도가 150Mbps(초당 메가비트)인 줄 알았더니 SK텔레콤은 이보다 50% 빠른 225Mbps의 서비스를 내년에 내놓겠다고 밝혔다. 이름도 ‘차세대 LTE-A’라고 붙였다.

그러자 LG유플러스는 한 발 더 나가 SK텔레콤이 하겠다는 225Mbps 속도의 서비스를 내년 7월에 하고, 2015년에 속도를 더 높인 300Mbps의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내세웠다. 이를 두고 이름도 생소한 3밴드 멀티캐리어 서비스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 LTE-A가 상용화된 지 3개월 만에 통신사에서 언급한 속도가 75Mbps→150Mbps→225Mbps→300Mbps로 4배나 불어난 셈이다.

물론 할당받은 주파수로 통신사가 장기적 로드맵을 공표하는 것은 사업자로서 소비자에 대한 도리다. 하지만 간담회 현장에서 세부적인 설명을 듣고 났을 때 아직은 장밋빛 로드맵에 그친다는 인상이 들 수밖에 없었다. SK텔레콤은 차세대 LTE-A가 내년 4분기 이후에나 가능하다고 간담회장에서 밝혔다. LG유플러스도 3밴드 멀티캐리어 서비스는 아직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모두 1, 2년 뒤에나 가능할 법한 속도다.

급변하는 경기 상황과 추후 주파수 추가할당 여부에 따라 통신사들이 밝힌 청사진이 각본대로 진행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똑같은 광대역LTE 서비스를 거의 똑같은 시기에 선보이는 마당에 조금이나마 타사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미실현된 이론 상 속도를 앞다퉈 발표한 것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이들이 연내 서울 및 수도권에 하겠다는 광대역LTE가 정확히 언제 시작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쯤 되면 최근 통신 3사의 모습은 선거전에 공약을 내거는 정치인을 연상케한다. 겉으로는 속도 경쟁이지만 실상은 공약 경쟁이다. 앞으로는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 되지 않도록 힘써달라는 주문을 정치인뿐만 아니라 통신사에도 해야 하지 않을까.


정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