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는 작품마다 관객들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배우 설경구는 맡은 캐릭터마다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능력을 지녔다. 최근 개봉한 코미첩보액션극 ‘스파이’에서도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했다.

하루가 멀다하고 수 많은 영화들을 통해 관객들과 만나지만,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매력을 지닌 설경구. 이번 영화에서는 대한민국 최고의 스파이지만, 아내에게는 꼼짝도 못하는 철수로 분해 프로페셔널한 스파이로, 동시에 이 시대 가장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냈다.

애정을 갖고 촬영한 작품인만큼 이번 영화에 대한 아쉬움이 많은 듯했다. 그는 “영화를 보고 많이 아쉬웠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찡했다”고 털어놨다.

묵직하거나 깊은 감정선을 지닌 캐릭터가 아니기에 연기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은 전혀 없었다.

“정말 어렵지는 않았죠. (문)소리랑도 워낙 편한 사이고요. 연기 자체가 어려운 것도 아니고 제가 느끼는 감정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야 하는 연기도 아니었으니까요. 편했어요. 마냥 편한게 좋은 것도 아니지만.(웃음) 그냥 우리 평소 술자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연기라고 할까요?”

이번 영화에서 다니엘 헤니와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설경구는 그에 대해 “참 소탈한 친구”라고 평했다.

“전작 ‘감시자들’에서는 정우성과 호흡을 맞췄고 이번에는 다니엘 헤니와 연기하게 됐죠. 너무 잘생긴 친구들이랑 붙어서 큰일입니다. 하하. 그런데 두 친구의 공통점이 뭐냐면 바로 보이는 모습만 멋있다는 거예요. 헤니의 첫 인사가 ‘형님 영화 다 봤어요. 저 뉴욕에서 안 컸습니다. 미시간 촌놈이에요’였어요.”

배우들의 사이는 정말 좋았다. 감독 교체 등 아픔을 겪은 영화지만, 배우들의 돈독한 우정이 있기에 영화의 완성이 가능했던 것이다.

“촬영 내내 힘들었죠. 안 힘들었다면 거짓말이니까요. 그래도 맡은 영화니까 끝까지 해야죠. 배우들끼리는 항상 똘똘 뭉쳐 있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영화가 완성되니 참 마음이 짠하더라고요. 만약 배우들끼리 사이가 안 좋았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겠죠.”

설경구는 다작 배우다. 1년에 적어도 두 번 이상은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 “너무 소처럼 열심히 일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그런 적 없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아마 개봉 시기가 붙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이게 문제죠.(웃음) 영화를 찍을 때 항상 쉬지 못할 정도로 한 적은 없어요. ‘감시자들’과 ‘스파이’ 역시 촬영 기간 동안 텀이 있었고요.”

‘스파이’로 관객들에게 화려한 액션과 웃음을 안긴 설경구는 내달 ‘소원’으로 돌아온다. 성폭력 피해 어린이와 부모의 감동 실화를 담은 ‘소원’에서는 딸의 상처를 감싸주는 묵직한 감정을 지닌 아버지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소원’은 의무와도 같은 영화에요. 꼭 만들어져야 할 영화죠. 덮어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죄인이 저지른 일을 왜 덮어야 하죠? 오히려 피해자들이 죄인처럼 사는 게 답답할 뿐이죠. 그렇기 때문에 이럴 때 바로 영화의 힘이 발휘돼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준익 감독님의 호흡이 느껴지는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