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선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멀리보고 10년, 20년 후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심사숙고해 만들어야 한다.
교육을 두고 흔히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라고 한다. 그만큼 교육은 먼 미래를 내다보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만 비로소 올바르게 펼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우리 교육정책은 100년은커녕 3년도 못 간다. 조변석개(朝變夕改)식으로 바뀌어도 너무 자주 바뀐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학교 유형과 제도가 생기고, 입시가 바뀐다. 무너진 공교육 활성화를 슬로건으로 내세워 자율형고교를 100개까지 육성하겠다며 야심차게 추진됐던 교육정책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용도폐기의 길을 걷게 됐다. 1969년 대입 예비고사가 도입된 이후 46년 동안 입시제도는 무려 38번이나 바뀌었다. 수능시험이 시작된 1994년 이후만 따져봐도 20년 동안 12번이나 바뀐 셈이다.
새 정부 출범 6개월 만에 교육부가 수준별 A/B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폐기하는 등 큰 폭의 대입제도 개편안을 또다시 발표했다. 당초 선택형 수능은 수험생의 혼란만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이미 3년 전 예고된 정책이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정권이 바뀌면서 폐지 쪽으로 돌변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오는 2학기부터 일반고 가운데 일부를 뽑아 영어ㆍ수학 심화과목을 가르치기로 한 ‘거점학교’ 정책도 백지화했다. 현장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고 밀어붙이다 불과 발표 일주일 만에 ‘없던 일’로 만들어 교육정책에 대한 불신만 더 키운 셈이다. 가뜩이나 실추된 교육정책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더욱 추락하고 있다. 교육계에서는 “어차피 정권이 바뀌면 또 바뀔 것”이라는 냉소적인 반응만 나온다.
조변석개식 교육정책의 부작용은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은 차치하고라도 결국 학생만 희생양이 된다. 아무리 취지가 좋더라도 이처럼 뚝딱 바뀌는 교육정책은 오히려 혼란만 주고 역효과를 낼 뿐이다. 정책의지도 불분명해 보인다. 현장에서 학부모ㆍ학생과 함께 고민하지 않으니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리기도 전에 부작용이 먼저 부각되고 또다시 정책이 바뀌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변경이 잦지만 외국에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구한다. 우리도 정권 바뀌면 학교 제도와 입시를 바꿔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한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혼선을 야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조금 더 멀리보고 10년, 20년 후에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장기적 관점의 정책을 심사숙고해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10월 중 대입제도 최종안을 내놓을 것이라 한다. 교육역량 강화와 융합 인재 육성도 필요하지만 남은 시간 동안 무엇보다 학생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진정한 ‘교육 백년대계’를 수립한다는 자세로 모든 역량과 지혜를 모아야 한다.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멀리 내다보는 일관성 있는 교육정책을 펼치기를 기대해 본다.
park@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