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송강호의 올해 행보가 심상치 않다. 봉준호 감독과 할리우드 배우들, 고아성 등과 함께 만든 ‘설국열차’가 900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시작을 알렸다. 이어 송강호는 또 한 번 대단한 배우들과 함께 영화 ‘관상’(감독 한재림)으로 스크린 점령에 나섰다.

‘관상’은 조선 오백년 역사 중 가장 심각한 비극적이며, 격정적이고도 드라마틱한 사건인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한 사극 작품으로, 송강호 이정재 백윤식 김혜수 조정석 이종석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이름난 배우들의 조합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관상’은 호화 멀티 캐스팅과 더불어 얼굴을 통해 앞날을 내다보는 천재 관상가 내경(송강호 분)이 조선의 운명을 바꾸려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소재로 하며 관객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관상’이 공개된 후 송강호는 일찍부터 밀려드는 인터뷰 요청과 무대인사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작품에 있어서 만족감을 드러냈다.

“어쩌다보니 사극을 처음 하게 됐네요. 원래 역사에 대해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타임머신이 있어서 딱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 시대로 돌아가서 그때의 감정을 볼 수 있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 시대가 바로 계유정난이었죠. ‘관상’을 선택하게 된 이유도 관상쟁이라는 가설이지만, 실제 역사의 소용돌이에 서 있을 수 있다는 설정이 흥미로웠습니다.”

# ‘관상’, ‘삶’을 담은 작품

송강호는 극중 천재 관상가인 내경 역을 맡았다. 그는 139분이라는 러닝 타임 동안 영화를 이끌어가는 큰 축을 담당하고 있다.

“‘관상’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삶’인 것 같습니다. 바꿀 수 없는 운명 앞에서 나약한 인간이 어쩔 수 없이 운명을 순응하게 되는 것, 역사가 인간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에 치중하면서 연기했었던 것 같습니다. 관객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되게 궁금합니다.”

내경은 역사 속 가상의 인물이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극의 흐름을 깰 수도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내경은 평면적인 캐릭터가 아닌 모든 등장인물과 관계를 거치게 되는 인물이다. 그만큼 전형화하기 어려운 인물이며, 각각의 인물들과의 관계 속에서 거기에 맞는 다양한 모습을 보여야만 했다.

“내용적인 부분에서는 감독과 작가가 해야 할 부분이었지만, 배우 입장에서도 소재를 계유정난에서 끌고 왔다는 혐의를 벗고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드라마틱한 실제 사건을 가지고 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그럴 듯 하고 허구가 실제 사건하고 정말 잘 스며들고 따로 놀지 않고 설득력 있게 전달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많이 썼었죠. 보통의 사극 시나리오 자체가 출발부터 잘 짜여진 구조였다면, ‘관상’은 중반까지 드라마의 리듬이나 호흡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했었죠. 그게 가장 힘들었습니다.”

송강호는 극중 내경의 모습을 한마디로 ‘인간의 삶’이라 칭했다. 내경은 일반적인 소시민이라 하지만 그 안에서 인간의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는 큰 그릇으로 작용한다. 송강호 또한 이 점을 손에 꼽으며 작품의 매력이라 여겼다.

“제가 말할 수 있는 ‘관상’의 장점은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로 실제 일어났던 사실 위에 가공의 인물이 역사의 소용돌이에 있다는 것에 호기심이 가게 됩니다. 이건 제가 역사를 좋아한다는 개인적인 것을 떠나 모두가 그렇게 느낄 거라 생각합니다. 둘째로 드라마의 결들이 잘 쌓여 있습니다. 스타일 적으로 포장된 것이 아니라, 인물과 드라마의 힘으로 켜켜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드라마와 캐릭터를 아주 잘 음미하고 생각할 수 있는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가 된 것 같습니다.”

# 삶은 여러 개 ‘점’의 집합

이쯤 되면 송강호에게 빠질 수 없는 질문 중 하나가 흥행에 관한 이야기다. 올해야 ‘설국열차’가 잘 돼서 그렇지만 작년까지 그의 작품들은 흥행 면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설국열차’ 때는 이런 질문이 안나오던데, ‘관상’에서는 벌써 여러 번 이 질문을 받게 되네요.(웃음)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배우라는 직업은 스포츠 게임이 아니라는 겁니다. 일정 기간 동안에 승부가 갈리고 승자, 패자가 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배우는 사람을 연구하고 표현하는 직업이다 보니 항상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생각합니다. 그걸 이겨내면 좋은 일이 오듯이, 그 순간 순간이 각각 하나의 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만약 그 점들이 나쁘게 만들어져서 제 인생이 나쁜 지점에서 끝난다면 그것도 인생인 거죠. 좋다, 나쁘다 그렇게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배우의 인생이 총괄적으로 형성된다 생각합니다. 어느 한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봅니다.”

‘관상’ 때문일까. 아니면 내경의 영향일까. 그는 ‘삶’이라는 주제 앞에서 자신만의 굳은 신념을 지켜나가고 있었다. 작품을 통해 천재 관상가의 삶을 경험한 송강호는 자신의 관상에 대해 ‘구렁이 상’이라고 답했다.

“저희 영화는 실제로 관상을 보시는 분에게 조언을 구했습니다. 저에게는 구렁이 상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을 속이는 직업이 어울린다네요. 제 눈이 짝눈인데다가 이런 얼굴 상은 마술가가 아니면 연기자가 되는 상이라고 나와 있다더군요. 저한테는 좋은 칭찬이죠.”

‘구렁이 상’을 타고나 연기자의 길을 묵묵하게 이어오고 있는 송강호. 드라마에서는 얼굴을 볼 수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예 안하는 줄 알고 10여 년 전부터 섭외가 안 들어옵니다”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 전에는 드라마 쪽에서도 가끔 섭외가 들어왔었는데, 당시에는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난 드라마를 절대 하지 않겠다가 아닌데 말이죠. 사람의 일은 알 수 없으니까 제가 한다 안 한다 확언을 하고 장담을 할 수는 없지만, 욕심 같아서는 영화배우로만 남고 싶습니다. 이 또한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죠.”

인터뷰를 통해 배우 송강호가 가진 내면의 힘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이렇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배우로서 갈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있기 때문이다.

“모든 배우들이 그렇겠지만 자신이 갈구하는 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지점들이 본인을 지탱하는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작품,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싶고, 하고 싶다는 기본적이고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힘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그는 할리우드 진출에 관한 이야기와 자신이 가슴 속에 담고 있던 한국 영화의 애정을 드러냈다.

“저는 애초에 할리우드에 목표를 두고 작업하지 않았습니다. 할리우드에 가서 다양한 영화를 통해 활동하는 것들도 반갑고 좋지만, 각자의 포지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히려 경쟁력 있는 좋은 한국영화를 통해 글로벌하게 인정받는 것도 하나의 국제화라 여깁니다. 꼭 외국 감독, 할리우드 영화 등을 통해 자기의 범위를 넓히는 것만이 길이 아니라는 거죠. 이건 어디까지나 제 생각입니다.”

한국영화를 사랑하는 배우로서의 순수한 열정을 가지고 지금의 자리까지 걸어온 송강호. 그가 인생을 하나의 ‘점’이라고 여겼듯이, 작품 속에서 인간의 ‘삶’을 담고 싶었다는 그의 영화 ‘관상’에 관객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