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양대근 기자] #. 100억원대의 자산가 김모(61)씨는 요즘 답답하다. 과세를 피하고 싶은데 투자할만한 절세 상품이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분간 안정적인 헤지펀드에 돈을 넣어두고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등 9월 이벤트들을 지켜볼 생각이다.

저금리 시대에 절세 상품마저 점점 사라지면서 슈퍼리치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이 올해부터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낮아졌고, 정부가 금융소득 비과세와 감면제도의 개편 또는 폐지 움직임을 보이면서 고액자산가들의 투자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슈퍼리치, 헤지펀드로 활로 모색=절세 상품 축소는 슈퍼리치들로서는 결코 달갑지 않은 소식이다. 대표적인 절세 상품인 즉시연금의 경우 올초부터 납입보험료가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소득세가 부과되면서 인기가 크게 사그라들었다.

브라질 국채 등 비과세 해외 채권의 경우 ‘버냉키 쇼크’와 신흥국 불안으로 슈퍼리치의 관심에서 멀어진 분위기다. 사실상 남은 절세 상품은 주식과 주식형펀드, 외화표시채권인 KP물 정도인데 이마저도 미국의 출구전략 가능성이 높아지며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도 고액자산가들은 헤지펀드에 대한 투자는 계속 늘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헤지펀드는 원래 투자 자산과 운용 전략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구분되지만 한국형 헤지펀드는 대부분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를 말한다. 롱숏 전략은 주식 매수 포지션(롱)과 주식 매도 포지션(숏)을 시장 상황에 따라 적절히 조절하는 방법으로, 최근처럼 지수가 제한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유용하다.

특히 롱숏전략은 절세효과와 안정적인 수익률 부분에서 장점을 갖는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트러스톤다이나믹코리아50증권자투자신탁’의 연초 이후 수익률은 4일 기준 6.69%로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인 -3.44%를 웃돌았다. 한국형 헤지펀드의 설정액도 7월말 기준 1조5000억원 규모로 연초 대비 50% 가량 늘었다.

조인호 삼성증권 SNI 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슈퍼리치들이 절세와 안정적 수익에 대한 욕구를 헤지펀드에서 찾는 상황”이라며 “올 초부터 자금이 몰리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관망세 속 주식시장ㆍ선진국 상품 문의는 꾸준=헤지펀드와 달리 대부분 시장에서는 신규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강남의 모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들에게 환헤지 상품 등 신 상품을 소개해도 대부분 실행에 옮기지는 않고 있다”면서 “자금을 쥐고 탐색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말했다.

반면 국내 주식시장이나 미국 등 선진국 주식에 대한 슈퍼리치의 문의는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 부장은 “최근 주식형 자산에 대한 문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9월 양적완화 등 주요 이벤트에 대한 불안감이 종료되면 결국 미국이나 유럽 같은 선진국 주식시장으로 슈퍼리치의 관심이 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슈퍼리치들이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면서 상황에 따라 국내 주식이나 선진국의 주식 또는 채권 혼합형 상품에 대한 수요를 늘릴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선진국 증시의 방향성은 상승으로 예상할 수 있다”면서 “해외 채권형펀드의 경우 자금 유출과 금리인상 기조 때문에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