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액션 코미디영화‘스파이’주연 설경구
올 4편 개봉 명실상부 리딩히터 “세고 독한 연기 자기복제 두려워 힘 빼고 색깔 옅게 하려고 노력”
문소리와 10여년만에 호흡 “푼수·허당 부부연기 소주 한두잔 했을때 우리 모습”
최근 설경구(45)는 영화 ‘스파이’(감독 이승준, 5일 개봉)의 무대 인사차 대구를 방문했다. 극장 직원이 마치 오랜 친구나 선배를 맞는 듯 반갑게 웃었다. 설경구에게도 직원의 낯이 설지 않았다. “너무 자주 뵙죠?” 설경구의 인사였다. ‘타워’로 지난해 말, ‘감시자들’로 불과 한 달여 전에 같은 극장을 찾았으니 왠지 겸연쩍었던 설경구다. 오는 10월엔 또 다른 출연작인 이준익 감독의 ‘소원’이 개봉한다. 전에 없이 출연작 개봉이 몰려, 설경구는 올해만 4편으로 팬들을 만나게 된다. ‘스파이’의 개봉을 앞두고 2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설경구는 “1년에 4편이라니 민망하다”고 말했지만, ‘타워’에 제법 관객이 들었고, ‘감시자들’은 크게 성공했으니 올해도 ‘기본’이상을 너끈히 해냈다. 설경구는 최근 전례없는 전성기를 맞은 한국영화에서도 타율도 좋고, 장타력도 좋은 ‘리딩 히터’임이 분명하다. 연기 경력 20여년 공인된 ‘연기파’에 ‘흥행배우’인 그도 고민은 있다.
“세고 독한 연기, 진하고 강렬한 색깔의 캐릭터를 하게 되면 기존 작품에서 자기복제를 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습니다. 지난 작품들에서 주로 강하고 진한 이미지를 보여줬으니까요. 비슷한 색깔을 반복한다면 관객들도 피로감을 느끼지 않을까요? 색깔을 빼는 연기가 오히려 어려워요. 단역 시절까지 하면 20년 해왔는데 이제 어떨 때는 꺼낼 카드가 없다고 느껴질 때도 있죠.”
그래서 힘을 빼고 색깔을 옅게 했다. 자신이 놀기보다 후배(한효주 분)가 맘껏 뛸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았다. 그 영화가 전작 ‘감시자들’이었다. ‘스파이’에선 마음 비우고 몸을 풀고 액션과 코미디로 구르고 엎어졌다. ‘스파이’는 아내(문소리)도 모르게 국가 비밀 정보원으로 일하는 철수(설경구)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담은 첩보 코미디영화. 설경구는 조직에서 유능한 스파이이지만 아내에겐 ‘팔푼이’ 취급을 받으며 고양이 앞에 쥐 신세인 주인공 역할을 맡아 문소리와 ‘허당’에 ‘푼수’인 부부연기를 보여준다. 문소리와는 ‘박하사탕’ ‘오아시스’에 이어 10여년 만에 공연이다.
“작품으로는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동안 늘 일산만 가면 이창동 감독과 함께 술 한잔 기울일 때가 많았어요. 소주 한두 잔 걸쳤을 때 우리 모습 그대로예요.” ‘스파이’에서는 설경구와 문소리의 오랜 인연이 생활처럼 묻어나 웃음을 던져준다.
항상 지키는 ‘초심’이 뭐냐는 질문에 설경구는 “초심은 모르겠고, 10여년 이상 지키는 것은 있다”고 말했다.
“‘오아시스’ 때 살 빼기 위해서 촬영 당시 숙소에서 매일같이 줄넘기를 하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도 작품할 때마다 습관이 됐어요. 땀복 입고 뛰고, 꼭 매일같이 손빨래를 합니다.”
이형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