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8> 감추어진 승부 (42) 글 채희문 | 그림 현경희

“어허! 산소통을 메고 19번째 홀을 돌아?”

강준호는 지그시 눈을 감고 혼잣말을 지껄였다. 생각해보니 일리 있는 말이었다. 남녀상열지사를 마치고나면 10km 조깅을 한 것과 맞먹는 체력소모가 있다던가? 그 어려운 일을 감행하는데 호흡이 곤란해서야 쓰나.

“그럼 어쩔 수 없지요. 쿤밍으로 갈까요?”

“쿤밍? 아! 곤명이라는 곳 말이지요?”

“그래요. 곤명에 가면 춘성골프장이 있지요. 한낮엔 약간 덥지만 아침저녁으론 우리나라 초가을 날씨와도 같아서 골프치기에 제격입니다. 오전에 양정호를 끼고 도는 레이크 코스를 돌면 마치 해변을 거니는 것처럼 기가 막히지요.”

“아! 나도 들어봤습니다. 양정호… 바다 같은 호수. 그 양정호가 춘성 골프장과 붙어있다니 경치 한 번 끝내주겠군요.”

“물론이지요. 오전에 양정호 주변코스를 돌고… 바람이 심해지는 오후 타임엔 마운틴 코스를 도는 게 정석입니다. 마운틴 코스는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코스라서 바람의 영향을 훨씬 덜 받거든요?”

“곤명도 큰 도시지요? 마사지 숍 같은 곳도 물론… 많겠지요?”

“허! 물론 많겠지요. 그런데… 이번에 또다시 공안에게 걸리면 나는 어찌될지 모르겠습니다. 여권에 벌써 ‘호색한’이란 훈장도 달았는데…”

여러 사람의 뜻에 따라 곤명 춘성골프장으로 목표를 정하려니 강준호는 왠지 거북한 기분이 들었다. 그게 바로 ‘호색한’이라 찍힌 붉은 스탬프의 위력인 모양이었다. 하긴 그 스탬프로 인해 천리 밖에 떨어져 있는 신희영에게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

“에이, 곤명이란 곳이 유명한 관광지 아닙니까?”

그때, 구세주로 나서준 사람이 바로 3류 감독이었다. 그는 관광지에서 마사지 숍 여자들과 잘못 노닐다가는 또다시 중국 공안들에게 끌려갈 위험이 많다면서 아예 손사래를 휘휘 내젓고 있었다.

“차라리 옥룡설산 CC로 가자고요. 거긴 후미진 산골 촌구석 아닙니까. 공안들이 관심도 두질 않는 곳이라고요. 허허실실 법 몰라요? 일단 촌구석으로 들어가서… 산소통 메고 골프도 한 번 쳐보고, 산소통 메고 19홀도 돌아보는 겁니다. 어때요? 내 생각이.”

역시 3류 감독에 불과하지만 그의 생각은 기발할뿐더러 창의적이었다. 산소통을 메고 19번째 홀을 돌아? 그거 좋은 생각이지. 어디, 산소통 메고 여자와 밤새워 놀아본 놈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래!

“혹시 산소통 메고 하면… 새벽까지 3회전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흐흐흐, 말초혈관에 신선한 산소가 공급될 것이란 말씀?”

“아하! 듣고 보니, 그게 더 좋겠네요.”

나무아미타불! 모르긴 해도 마누라의 품을 떠난 남자들이란 대부분 이 지경일 것이다. 강준호를 비롯하여 HY 훌푸드의 직원들과 3류 감독의 수준은 고작해야 이 정도였다. 흐흐흐… 웃고, 손뼉을 치는 것으로 보아 그들은 일거에 만장일치로 합의를 본 모양이었다. 그 와중에 얼빵하게 앉아있는 사람은 N-Dos의 젊은 병사뿐이었다.

“자넨 그만 아무 곳으로나 가게. 참, 이 양반… 영어로 해야 알아듣지? 고우 맨 이즈 고우! 이즈맨 이즈 이즈!”

공연히 신이 났던지 3류 감독이 그의 어깨를 툭툭 치며 꺼지라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사방에서 게러웨이! 사요나라! 포겟 미낫 등등 국적불명, 의미 불명의 말들이 쏟아졌다. 하긴 정체도 모를 그 젊은 군인과 언제까지나 함께 동행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해서… 소위 유호성 케어 팀은 운남성 여강시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