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감독 백승우ㆍ5일 개봉)는 정부가 북한의 어뢰공격으로 인한 폭침으로 결론지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작품이다. 2010년 3월 26일 사건이 발생하고 약 두달 후인 그해 5월 20일 발표된 ‘합동조사단 보고서’에 대해 조목 조목 반론과 의혹을 제기하고, 폭침이 아닌 ‘좌초로 인한 침몰 가능성’을 주장한다.

영화배우 강신일의 내레이션과 대정부 반론을 제기한 전문가들의 인터뷰, 그래픽으로 재구성한 상황 등 TV 시사 다큐멘터리 형식을 크게 벗어나지 않은 영화는 미학적 형식으로선 새로운 게 없지만, 영화가 담고 있는 소재와 주제가 워낙 논쟁적이다. 지난 8월 7일엔 해군과 천안함 사건 유가족들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을 왜곡하고 당사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영화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도 했다.

논란 속에 12세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고 개봉이 확정된 ‘천안함 프로젝트’는 사건 발생 직후 “정확한 원인 조사는 1년 이상 걸릴 지도 모른다, 북한 소행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며 스스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정부가 입장을 선회해 두달도 안 돼 북한 어뢰에 의한 폭침으로 결론지은 ‘합동조사단 보고서’를 발표하게 됐는지 의문을 제기하며 시작한다.

이어 조사에 참여했던 해양 전문가들의 입을 빌어 ‘합조단 보고서’의 핵심적 쟁점을 스크린의 전면에 내세워 갑론을박한다. “정부와 국방부가 진술 번복과 사실 은폐를 거듭했다”는 것이 영화의 주장이다. 영화는 합조단 조사위원이었던 신상철씨와 해난 구조 전문가인 이종인씨의 인터뷰를 주로 담았다. 이들은 (암초 등에 의한) 좌초 및 반파 가능성을 주장했으며, 특히 신씨의 경우는 천안함 침몰 당시 인근 해역 한미합동군사훈련 작전에 참가했던 ‘제 3의 잠수함’과의 충돌 가능성을 유력하게 제기했다.

그렇다면, 이 영화는 “천안함을 좌초 시킨 것은 북한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위해 만들어진 것일까? 영화의 ‘정치적 의도’는 첫머리와 마지막에 명시됐다. 독일 철학자 위르겐 하버마스의 ‘도구적 이성’과 ‘의사소통적 이성’이라는 개념을 빌어온 첫머리에서 영화는 우리 사회가 “나는 다리 밑에서 주워왔냐는 자식의 질문을 ‘그런 거 알아서 뭐하냐’고 묵살하는 아빠와 다를 것이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마지막엔 철학자 김성환씨의 입을 빌어 “소통은 ‘합리적 의심’을 받아들이면서 출발한다”며 천안함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종북주의’로 몰아세운 일련의 과정은 정부와 우리 사회의 ‘소통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결론을 맺었다.

결국, 이 영화는 ‘폭침/좌초’의 여부를 따지기보다는 진영 논리에 갇힌 우리 사회의 합리성을 ‘구출’하기 위한 노력을 담고 있다고 하겠다. 용산참사의 진실 규명을 주제로 한 지난해의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도 마찬가지다. 합리적 보수와 진보 사이의 ‘의사소통’을 담아내려 한 다큐멘터리 ‘거대한 대화’의 박세호 감독은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문제는 서로의 진영에 대한 적대감”이라며 “진영 논리를 떠나 상식과 이성에 기대어서 한국 사회가 어떻게 가야 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근본적 문제의식과 다르지 않다.

‘설국열차’에서 꼬리칸과 머리칸으로 구획된 것은 과연 부(富)의 서로 다른 크기였을 뿐일까? 혹시 ‘머리칸’에 갇혀진 것은 진실이었고, ‘꼬리칸’에 봉쇄된 것은 질문이 아니었을까? 정보와 진실이 독점되고, 질문과 이의제기가 가로막힌 사회는 ‘좌초’할 수 밖에 없다는 한 목소리를 동시대의 서로 다른 영화에서 확인하게 되는 것은 다만 우연일까?

이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