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행사때 아이 氣 살려야…” 부모들 경쟁심리 부추겨…新 ‘등골 브레이커’ 로
183만원. 한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유아용 핼러윈 드레스 가격이다. 해외에서 직수입한 이 드레스는 정가 183만원에서 할인된 가격인 165만원에 팔리고 있다. 다른 쇼핑몰에서도 해외 핼러윈 수입품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만원대의 아동용 의상들이 판매되고 있다. 과거 수만원대의 아동용 의상으로도 부모의 등골을 휘게 했던 ‘핼러윈(halloween) 데이’가 이젠 부모들의 등뼈를 부수고 있다.
서울 송파구에 사는 주부 이모(29) 씨는 “네 살짜리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에서 핼러윈 행사를 한다기에 여기저기 수소문해 32만원짜리 파일럿 복장을 준비했다”며 “작년에는 인터넷에서 구입한 5만원 상당의 슈퍼맨 의상을 입혀 보냈더니 다른 아이들도 비슷한 옷을 입고 와 이번에는 조금 더 무리를 해서라도 아이의 기를 살리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부 정모(31) 씨도 “최근 핼러윈 데이가 일반화되면서 부모들 사이에서 일종의 경쟁심리가 생기고 있다”며 “특히 해외에서 살다가 온 가정의 경우 눈에 띄는 의상을 입는 아이들이 많아, 이들에게 지고 싶지 않은 부모들이 해외 수입 의상을 찾는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어린이집과 유치원들이 핼러윈 데이 행사를 하면서 아이들의 핼러윈 의상이 일종의 경쟁이 돼 조금이라도 아이의 기를 살리기 위해 고가의 핼러윈 의상을 찾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의상뿐 아니다. 간식을 준비해 들려보내는 것도 엄마들에게는 일이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시내 한 백화점 쿠키 매장에서 1만1000원 상당의 쿠키 1통을 고른 한 고객은 “이웃집 엄마는 이틀 전부터 아침마다 해골모양 쿠키를 굽는다고 난리던데, 난 직접 만들 시간이 없어서 그냥 사서 들려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핼러윈 데이가 엄마들의 고충을 늘리는 ‘신(新) 등골브레이커’가 되고 있다는 성토가 빗발친다.
지난해까지 호주에 거주하다 귀국한 진모(38ㆍ여) 씨는 “호주에서도 핼러윈 데이는 미국 행사라고 잘 챙기지 않았는데, 서구문화권도 아닌 우리나라에서 핼러윈 데이를 챙긴다는 게 황당하다”고 꼬집었다. 양모(35) 씨는 “단오 같은 우리 고유의 명절을 챙긴다면 모를까, 우리가 왜 핼러윈 데이까지 챙겨야 하느냐”고 질타했다.
한편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핼러윈 마케팅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호텔가는 31일 일제히 핼러윈 행사를 진행한다. 호텔에서 여는 핼러윈 데이 파티는 보통 5만원 상당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한다. 일부 호텔은 30만원 상당의 메뉴를 주문하는 고객에게는 핼러윈 데이 파티 입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아예 ‘핼러윈 데이 패키지’ 상품을 기획한 곳도 있다. 1박 숙박과 핼러윈 파티 입장 티켓, 라운지나 수영장 이용권 등을 묶은 핼러윈 패키지의 가격은 보통 30만원을 넘어선다.
도현정ㆍ서상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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