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아이디는 300원, 살아있는 아이디는 3000원
[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사기 칠 목적으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해 인터넷 중고물품거래 사이트에 물건을 내놓는 사기범들이 부쩍 늘었다. 이른바 ‘대포 아이디’를 통한 사기행각이다. 구매자들 사이에서 불량판매자들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자, 이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타인의 아이디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범죄수법이 나타나는 이유는 타인의 아이디를 싼값에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열린 때문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는 ‘타인의 아이디를 판다’는 판매자들을 쉽게 접촉할 수 있다. 헤럴드경제 기자는 이 가운데 한 판매상과 접촉해 아이디 구입을 문의해봤다. 아이디 판매업자들은 블로그를 통해 판매글을 올리고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하는 수법을 썼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 블로그와 메신저 역시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타인명의로 개설된 것이다.
헤럴드경제 기자가 이들 가운데 연락이 닿은 업자에게 아이디 구입문의를 하자, 업자는 “아이디는 두 종류가 있다”고 소개했다. ‘죽은 아이디’(단순 아이디와 비밀번호만을 해킹해 비밀번호가 바뀔 가능성이 높은 경우)와 ‘살아있는 아이디’(유출된 개인정보를 통해 생성해 피해자도 존재유무를 몰라 마음놓고 이용이 가능한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업자는 이어 “전자의 경우 개당 300원 정도지만 후자는 3000원에 판매한다”며 “업자끼리 공유되는 죽은 아이디에 비해 살아있는 아이디는 구매자에게만 정보가 전달되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기자는 “원하는 타인 아아디 개수가 많은데 가능하냐”고 물었다. 이에 업자는 “살아있는 아이디의 경우 (생성하는데)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하지만 원하는대로 맞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계좌번호로 돈을 보내 선입금을 하면 메일로 아이디와 비밀번호 목록을 주겠다. 샘플로 몇 개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줄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대포 아이디’가 손쉽게 거래되는 것은 유출된 개인정보가 그만큼 많기 때문이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개인정보 침해 신고는 2007년 2만5965건에서 2012년에는 16만6801건으로 폭증했다.
경찰관계자는 “정확한 아이디 거래규모는 통계로 나온것이 없지만 개인정보 유출현황에 미뤄볼 때 연간 수만건에서 수십만건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그는 “중국에는 유출된 한국인의 정보를 가지고 아예 아이디를 생산하는 공장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정완 사이버범죄연구회장(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아이디가 공공연하게 거래되면서 개인의 정보유출이라는 피해는 물론 이를 통한 사기거래 등 또다른 범죄가 발생한다”며 “경찰의 지속적 단속도 필요하지만 개인 스스로 본인의 아이디 정보를 수시로 업데이트해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iger@heraldcorp.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