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의 재발견 이준기
“가족에 대한 감정 최대치로 끌어올려 끝나고 나니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
예쁜남자 이미지 지우려 누아르만 했는데 팬들은 자꾸 로맨틱코미디 하라네요”
미친 듯이 뛰었다. 구르고 맞았다. 절벽에선 떨어졌고, 급류에도 휩쓸렸다. 살인누명을 쓴 도망자였다. 처절한 사투에는 이유가 있었다. 결혼은커녕 연애도 안 하는 이준기가 딸을 살리기 위한 과정이었다. 이른바 ‘생(生)고생 드라마’. 덕분에 스태프 사이에선 기피 배우 1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고생하는 드라마만 찍다 보니 주연배우 명단에 이준기가 있으면 안 하겠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었다.
이번 드라마 ‘투윅스(MBC)’에서도 이준기(31)는 고생을 사서 했다. 사실 전작들도 그랬다. ‘개와 늑대의 시간(2007ㆍMBC)’도 ‘일지매(2008ㆍSBS)’도, ‘히어로(2009)’에서도 액션은 빠지지 않았다. ‘투윅스’는 그 모든 육체 노동의 집결판이었다. “욕심 아닌 욕심에 묵직하고 무게감 있는 작품을 고르게 된다”며 스스로 ‘변태성향’이라고 할 정도다.
“드라마를 마치고 나니 허전하고 울적한 느낌이 많이 들어요. 연기였지만 가족에 대한 감정을 최대치로 끌어올려 사용하다가 멈춰버리니 아무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요. 술 한 잔 마시면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요. 감정 복구작업이 필요한 때인 것 같아요.”
숱한 작품을 했지만, 이토록 여운이 크게 남는 드라마는 없었다고 한다. 첫 부성애 연기에 이준기는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다고 한다. “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에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는 것이다.
‘투윅스’는 하지만 또 한 번 이준기를 ‘재발견’했다. 절절한 부성애 연기도, 처절한 도망자 연기도 합격이었다. 한번도 가져보지 않았던 ‘부성애’라는 감정을 꺼내놓으니 지금은 “혼자 있는 시간은 즐기지 못할 정도로 겁이 날 정도”로 깊이 몰입했던 작품이었다.
일부러 욕심을 냈다. 매 장면을 받아들 때 액션을 추가하기도 했다. 죽다 살아난 ‘급류신’도 이준기의 제안이었다. 감정신은 더 하다. 때로는 과잉이 될 수도 있는 감정연기는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 여러 차례 찍었다. 일명 ‘눈물의 3단계’ 버전. 감정의 농도별로 촬영한 뒤 제작진에게 선택의 기회를 넘기는 것이다.
“딱 한 번 주어진 기회잖아요. 연기가 부족하든 과하든 그 시간을 조금이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 거기서 뭐든 찾아보려는 생각이에요. 제작진도 믿음을 가지고 맡겨준 자리이니 주연배우로서 당연히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고요. 작품을 끝내면 늘 아쉬움이 큰데, 미련없이 쏟아붓고 나온다면 덜하잖아요.”
후회없이 달려온 덕분인지 드라마를 마친 이준기의 얼굴은 밝고 화사했다. ‘장태산’을 지우면 어김없이 ‘예쁜 남자’다. 그 이미지를 지워내기 위해 그 많은 누아르물을 선택했는데 팬들은 이제 “멋져보이는 로코”를 하라고 한다.
“지금의 전, 하이틴 스타라 하기에도, 연기파 배우라 하기에도 애매하죠. 부족한 걸 채우려 부딪히다 보니 어떤 커리어가 확실하게 구축되진 않은 것 같아요. 청춘스타 반열에 오르기 위해 꼼수를 부릴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진정성을 다해 나를 던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이준기만의 위치가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고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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