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뉴욕의 현대미술관에 걸린 모네의 그림, ‘수련 연못’ 앞에는 늘 관람객이 몰려 제대로 감상하기가 쉽지 않다. 의자에 걸터앉아 오래 들여다보는 이들도 많다. 물에 닿을 듯 늘어진 버드나무와 연못 가득 아련하게 핀 꽃, 시야를 가로지르는 밋밋한 다리에 왜 사람들은 그렇게 정신을 놓을까. 예술 엘리트들은 이런 누구나 좋아하는 예쁜 그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낮은 취향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과연 그런가.
한국인이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이런 ‘예쁘장함’을 경시하는 풍조에 일침을 놓는다. 그런 그림이 흔히 지니게 마련인 천진함과 단순성이 인생과 세계를 너무 낙관적으로 보게 하고 비판의식을 마비시킨다는 이유라면 그건 염려 말라는 것이다. 우리는 장밋빛 인생이 아니라 과도한 우울로 충분히 고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위로다. “세상이 좀 더 따뜻한 곳이라면 우리는 예쁜 예술작품에 이렇게까지 감동하지 않을 테고, 그런 작품이 그리 필요하지도 않을 것이다”는 게 그의 목소리다.
알랭 드 보통은 ‘영혼의 미술관’(문학동네)에서 이런 예술의 치유 기능을 비롯, 7가지 예술의 효능과 훌륭한 예술은 어떤 건지, 예술의 핵심은 무엇인지 등을 그림을 통해 설명해 나간다. 여기에 더해 사랑과 정치, 돈 등 인생을 흔들어 놓는 주제들을 세워 놓고 그림을 통해 실체에 접근해 나간다.
무엇보다 예술에 대한 작가의 관심은 예술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에 보다 집중해 있는 듯 보인다. 그는 예술의 7가지 기능으로 기억, 희망, 슬픔, 균형 회복, 자기 이해, 성장, 감상을 꼽고 예술이 어떻게 우리에게 부족한 것을 채워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리처드 세라의 작품 ‘페르난두 페소아’는 슬픔을 직시하는 법을 보여준다. 슬픈 일들이 더 슬퍼지는 건 우리가 혼자 슬픔을 견디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인데, 세라는 누구에게나 어디에나 슬픔은 있으니 묵묵히 받아들이라고 기념비적인 규모의 벽 같은 작품을 통해 들려준다.
예술이 주는 균형감 역시 우리가 생래적으로 좋아하는 균형감ㆍ질서를 다시금 확인하게 하며, 우리의 열정을 자극시킨다. 작가가 말하는 균형감에는 도덕성이 포함된다.
예술로부터 얻을 수 있는 게 많은 데도 왜 예술을 즐기는 일은 호사가들의 취미로 국한돼 있을까. 저자는 이를 예술과 교류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으로 본다. 그는 예술에 대한 거리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우선 별 흥미를 못 느끼는 대상일지라도 그 시대 예술가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고 자신의 경험과 사고방식에 연결점을 찾아보라고 권한다. 그 순간들을 의식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면 예술작품에 공감하는 능력이 싹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시대의 걸작은 어떻게 탄생하는 걸까. 다양한 기준이 있지만 작가가 기준으로 삼는 건 치유력이다. 치유해석법에 따르면, 예술은 그 자체로 좋거나 나쁘게 여겨지지 않는다.망각, 희망의 소실, 존엄 추구, 자기 이해의 어려움, 사랑에 대한 갈망 같은 우리의 약점을 얼마나 보완해주느냐에 달렸다.
예술에 대한 안내에 이어 알랭 드 보통은 그 자신이 잘 다루는 주제인 연애와 사랑도 그림을 통해 보다 깊은 이해를 돕는다. 우리는 더 잘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사랑의 올바른 태도는 어떤 것일까. 니콜로 피사노의 ‘디프니스와 클로에’는 잠자는 연인에게 다가가고자 하는 조심스런 손길을 통해 처음 데이트할 때 우리가 얼마나 감사하다고 느꼈는지 상기시킨다. 부부에게 사랑은 어디에 놓여 있는 걸까. 제시카 토드 히퍼의 ’부엌에서의 고뇌’는 그 답답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보통은 자연과 돈ㆍ정치에 대해서도 우리의 다양한 태도와 균형감을 회복하는 길,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예술적 접근을 시도한다. 인생의 주제, 철학의 오랜 테마를 그림을 통해 그가 들려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예술이 자기성장을 돕고 숭고함으로 이끌 수 있다는 걸 보여주려 한다.
알랭 드 보통 특유의 균형적 시각, 삶에 대한 따뜻한 이해가 담긴 예술과 인생에 관한 시각강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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