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증시 · 미술까지 ‘거품 경고등’…경기부양 위해 뿌린 돈이 되레 독으로
‘부동산, 증시, 닷컴, 심지어 미술시장까지….’
글로벌 경제가 채 살아나기도 전에 버블로 몸살을 앓고 있다. 1990년대와 비슷하게 인수ㆍ합병(M&A) 열풍이 불고 있는 닷컴시장도, 신흥국 슈퍼리치의 합류로 호황을 누리는 미술계도 온통 버블 논란이다.
특히 부동산 거품은 중국을 필두로 미국과 독일ㆍ영국 등 주요 선진국으로 번지며 위험 경고등마저 켜졌다.
미국 증시 역시 양적완화 축소 불안감이 완화되고 연말 소비특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때 아닌 버블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경기부양을 위해 5년간 10조달러를 살포하는 등 무차별 양적완화에 따른 과잉 유동성은 이 같은 거품을 조성한 최대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등 통화당국이 서둘러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양적완화 지속에도 불구하고 풀린 돈이 실물 경기 부양에 쓰이지 않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으로 몰리며 자산 버블만 양산하는 등 부작용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英ㆍ中ㆍ濠 부동산 폭등=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촉발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근 부동산 거품 붕괴의 경고음이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부유층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뉴욕,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의 고급 부동산들을 중심으로 몰리면서 미국 부동산은 투기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대도시뿐만 아니라 아이오와주 농장 가격은 올 들어서만도 20%나 오르는 등 주요 곡창지대인 ‘옥수수 벨트’와 ‘노던플레인’ 지역의 경작지 가격도 뛰고 있다.
부동산 과열 우려와 거리가 멀던 유로존의 버팀목 독일에서도 거품 경고가 제기됐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는 21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독일 대도시들의 아파트 값이 적정가격보다 최대 20% 이상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독일 7대도시 아파트 값은 2010년 이후 평균 25% 이상 뛰었다.
런던, 브뤼셀, 더블린 등 다른 유럽 대도시도 마찬가지다. 이달 런던의 주택가격은 평균 54만4232파운드로 한 달 새 10.2%나 폭등했다. 런던을 제외하면 전국 주택가격 상승률이 전월 대비 1.4%,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2%에 불과해 미니버블이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호주 시드니는 올해 평균 집값이 13% 오른 71만1922달러를 기록해 런던을 능가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가장 거품 붕괴 우려가 큰 곳은 중국이다. 중국의 집값은 1998년 이후 200% 상승했다. 10월 중국 70개 도시의 집값은 전년에 비해 평균 10.7% 올랐으며, 대도시인 광저우와 선전 등의 신규주택은 1년 전보다 20% 넘게 올랐다.
▶美ㆍ獨 증시 사상최고치 행진=버블 논란에도 불구하고 미국 뉴욕 증시는 최근 사상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1일 다우지수는 사상 최초로 종가 기준 1만6000포인트를 돌파하고, S&P지수마저 22일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럼에도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으로 내정된 재닛 옐런이나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은 아직 버블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어 시장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미국의 IPO시장도 거품 붕괴 위기론이 고조되고 있다.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올 들어 IPO를 실시한 기업은 139개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IPO 평균 가격은 공모가보다 23% 높았으며, 평균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보다 최소 13.6%, 최대 32.3% 높게 거래됐다.
야후파이낸스는 전문가들을 인용해 올해 IPO를 실시한 기업들에 대해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지 못한 채 투자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닷컴株 이어 경매시장도 후끈=미국에서는 최근 제2의 닷컴버블론이 부상하고 있다. 1999년 컴퓨터 등 기술 중심 닷컴 회사들이 무더기로 생겨났던 때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보기술(IT) 분야에서는 1999년 당시처럼 M&A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지난 3분기에만 710억달러(약 75조4000억원) 규모의 M&A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아직 수익 실현조차 못한 회사의 가치가 천정부지로 뛰는 기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으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 스냅챗이라는 회사는 8개월 전에는 7000만달러 가치가 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제 40억달러 가치를 지닌 회사가 됐다. 이 회사는 아직 수입이 없는 상태다.
미술 시장도 이상 열기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뉴욕 크리스티는 하루 저녁 경매에서 6억9158만달러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달성했다. 크리스티 247년 역사상 최대 이브닝 낙찰액이다. 문제는 검증이 덜 끝난 작가의 작품까지 가격이 오르면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다 중국, 러시아, 카타르 등 신흥국의 슈퍼리치들이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미술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희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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