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교육

마음의 상처 안고 절벽에 선 아이들 멘토 용재오닐의 오케스트라에 아픔은 서서히 치유되어 가는데…

수많은 역경과 만나야 하는 우리사회 다문화아동 성장기 ‘안녕?! 오케스트라’ 아이들 삶의 준비, 음악만한게 없네…

“음악은 말이 필요없어요. 그만큼 강력하고 힘이 있죠. 음악은 완벽해요. 설명도 묘사도 필요없죠. 누구나 음악에 다가갈 수 있어요. 당신이 누구든 어떤 생각을 가졌든 상관없어요. 음악은 완전하기 때문에 소통하기만 하면 되는 거죠. 이 아이들도 음악을 통해 원하는 것을 얻을 거예요.”(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오닐)

2012년 1월. 나이도 생김새도 피부색깔도 다른 아이들이 한 방송국에 모여든다. 유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선발을 위한 오디션을 위해서다. “악기를 배워봤느냐”는 면접관의 질문에 “예”라고 당당하게 대답했지만 고작 “1주일”이라고 덧붙인 소년이 있는가 하면, 바이올린을 연주해 달라고 하니 겨우 ‘라’음 하나 내고는 멋쩍은 웃음을 짓는 아이도 있다. 악기를 처음 연주하는 아이도 있고, 오케스트라가 전혀 뭔지 모르는 친구도 있다. 악보를 읽을 줄 모르는 것은 물론이다. 그렇게 24명의 소년 소녀들이 모인다.

첫 만남에서 “몽키 티처”라고 짓궂게 선생님을 놀리며 깔깔 웃던 아이들과 그들에 둘러싸여 난감한 표정을 짓던 비올라 연주자 리처드 용재오닐. 그들이 무대에 서기까지 기적 같은 3개월이 펼쳐진다. 28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안녕?! 오케스트라’(감독 이철하)다.

이 영화는 필리핀, 키르기스스탄, 콩고, 중국, 우즈베키스탄, 태국, 파키스탄, 일본, 러시아 등 다문화가정의 소년 소녀를 모아 오케스트라를 만들고 연습 3개월 만에 정식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다큐멘터리다. 세계적인 비올라 연주자이자 한국계 미국인 리처드 용재오닐이 아이들의 멘토이자 지휘자를 맡았다. 원래는 MBC에서 2012년 말에서 2013년 초까지 4부작으로 방영됐다가, 비공개된 20분쯤의 분량을 더하고 전체를 재구성해 극장판으로 선을 보였다.

무엇보다 음악을 통해 자신의 상처를 발견하고, 스스로를 표현하는 법을 배우며, 치유하고 소통해가는 아이들과 리처드 용재오닐의 모습이 감동을 자아낸다. 어쩔 줄 모르고 어긋나고 도망가던 ‘음’들이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의 현 위에서 제자리를 찾아가고, 제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자신을 돌아보고 스스로 성장하며 세상과 대화를 시도해가는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다. 이혼했는지, 사별했는지 모를 아버지의 부재를 ‘상상 속의 친구’로 대신한 소년, ‘넌 왜 (피부색이) 까맣느냐’는 친구들의 질문에 시달렸던 꼬마, 생김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놀림을 받았던 소녀, 아버지의 폭행에 시달렸던 어머니의 이야기를 꺼내며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멘토인 리처드 용재오닐은 악기를 잡고 활을 다루는 기술과 함께 서로 마음을 열고 세상에 말을 거는 법을 가르쳐준다. 장애를 가진 전쟁고아였던 엄마 이야기, 성인이 된 후 사설탐정까지 고용해 아버지를 찾아나섰던 이야기 등 리처드 용재오닐 자신의 상처를 털어놓으며 아이들을 껴안는다.

“앞으로 이 아이들은 수많은 역경을 만나게 될 거예요. 아이들이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우리는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음악이야말로 아주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음악은 아이들에게 규범을 가르쳐주고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노력하게 할 것이며, 늘 결과가 좋지만은 않다는 것도 알려줄 거예요. (…) 우리는 이들에게 음악을 통해 스스로 표현할 기회를 주고 있어요. 음악은 아이들을 창의적이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고 있어요. 음악은 아무도 해치지 않는 무기잖아요.”

‘안녕?! 오케스트라’에서 아이들과 리처드 용재오닐이 이뤄내는 화음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동서의 청년들이 섞여 만든 ‘다니엘 바렌보임과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나 베네수엘라 빈민가 우범지대 소년 소녀들에게 권총과 마약 대신 악보와 악기를 쥐어준 ‘기적의 오케스트라-엘 시스테마’와 다르지 않다. 팔레스타인 출신 세계적인 석학 에드워드 W. 사이드와 함께 서동시집 오케스트라 프로젝트를 실현시킨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은 두 사람의 대담집 ‘평행과 역설’에서 이렇게 말한다.

“음악을 공부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최상의 길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날 학교에는 거의 음악 교육이 존재하지 않는 현실에 대해 서글픔을 느낍니다. 교육이란 어린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의 삶을 준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그들에게 어떻게 처신해야 하며, 어떤 인간이 되어야 하는지를 가르치는 것입니다. 그 밖의 다른 모든 것은 정보에 불과하고 그렇기 때문에 아주 간단한 방법으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음악을 잘 연주하기 위해서는 머리, 가슴, 복부 사이에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요. 이들 세 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가 없거나 너무 강하게 되면 그것을 이용할 수 없게 되지요. 아이에게 인간의 길을 가도록 가르치는 데 음악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그래서 그는 “훌륭한 음악기관들은-그들이 심포니 오케스트라든 오페라하우스든 상관없이-21세기에는 훨씬 더 많은 교육을 담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녕?! 오케스트라’는 그 훌륭한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