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는 그야말로 대히트작이다. 지난 2001년 개봉 당시 800만 관객 이상을 끌어 모으며 인기를 누렸고, 수 많은 유행어를 배출했다. 당시 한국영화계의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터. 그런 ‘친구’가 12년 만에 후속작 ‘친구2’로 돌아왔다. 메가폰을 잡은 곽경택 감독은 ‘형 만한 아우 없다’는 옛말이 제일 싫다고 했다. 뚜껑이 열리기도 전에 “전작보다 못할 것”이라는 대중들의 우려를 두고 한 말이었다.

‘친구2’는 ‘친구’의 가장 큰 매력이었던 향수를 최소화했다. 반면 남자들의 진한 냄새를 풍기는 느와르를 택했다. ‘친구’ 흥행 후 향수를 자극하는 작품들이 쏟아져 나왔기에 더 이상 그것만으로는 관객들을 사로잡기 힘들 것이라는 판단이 뒤따랐다.

“‘친구’가 가지고 있었던 미덕이 향수, 우정, 느와르 이 세 가지라면 이번에는 향수를 최소한으로 하자고 생각했어요. 그 다음에 잘하는 게 뭔가 생각해보니 느와르더라고요. 그렇게 정리를 한 거죠. 빨리 결정을 하고 실행해야 감당이 되지, 안 그러면 굉장히 까다로워지는 작품이었어요.”

곽 감독은 “내가 지금 찍을 수 있는 영화가 이거 아니면 없었다. 이 영화를 찍으면 현장을 갈 수 있지 않나하는 절박한 마음이 들 정도였다. 다른 유연한 카드는 없었던 것 같다”며 솔직한 생각을 털어놨다.

‘친구2’의 배경은 울산이다. 전체적인 내용 구성도 ‘친구’와 많이 달라 새롭다. 곽 감독은 “내가 내 복제를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고 말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친구’에서 다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그걸 복제하면 안 된다고 느꼈죠. 일단 사람들은 후속작이 나온다하면 ‘왜?’라는 의구심을 품잖아요. 이런 의구심을 연하게 하기 위해서는 제가 열심히 할 수밖에 없죠.”

그렇게 곽 감독이 열심히 발로 뛴 ‘친구2’는 불화설로 세간의 이목을 끈 유오성이 합류하면서 더 단단해졌다. 그는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잘 되든 안 되든 유오성과 함께 있는 게 편하다. 사람을 평생 미워하면서 산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힘든 걸 한 가지라도 뺐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편하다. 이제 한 배를 타지 않았나”며 웃어 보였다.

영화는 준석(유오성 분)의 아버지인 이철주(주진모 분)의 일대기도 그려진다. 단순한 조직폭력배가 아닌 한 시대를 풍미한 ‘마이다스의 손’으로 등장해 일종의 영웅전을 보는 듯한 느낌을 안기기도 한다. 마치 영화 ‘대부’와 같다.

“‘대부’의 역사성이 전 좋아요. 저 역시 여든이 된 아버지와 스물 여섯의 아들이 있어요. 이렇게 세 시대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 정서의 단면을 영화에서 보여주고 싶었어요. 예를 들면 이철주는 대한민국의 돈이 돌기 시작하면서 주먹대신 칼을 써야하는 환경을 받아들이는 인물이고, 준석이는 대한민국이 가장 급격히 변하는 시대에, 그리고 성훈이는 IMF로 직접적인 피해를 본 인물이죠. 비록 조직폭력배긴 하지만 시대의 단면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강했습니다.”

이번 영화에서 단연 돋보이는 인물은 김우빈이다. 김우빈은 한참 선배인 유오성과 호흡을 맞췄음에도 불구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대립각을 세우며 극을 이끌어갔다.

“(김)우빈이는 정말 열심히 하는 친구인 것 같아요. 제가 뭐 디렉션이나 큰 도움을 많이 준 적도 없는데 본인이 쌓아 놓은 게 굉장히 많더라고요 확실히 잘해요. 좋은 연기자이라고 단정 지어 말할 수 있습니다. 아주 뚜렷한 개성도 있고요.”

사실 준석과 성훈은 대부와 아들의 관계라기보다는 ‘친구’에 가깝다. 준석은 동수(장동건 분)의 빈자리를 성훈으로 채우려 하고, 성훈 역시 자신을 절대적으로 지지해주는 준석을 곧잘 믿고 따른다.

“두 사람의 우정을 분명히 잡고 가야 했어요. 그래서 신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죠. 남자들의 우정을 어떻게 디자인해야 잘 나올지 늘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다행이다 싶었던 건 영화 말미 두 사람이 차 안에서 나란히 앉아있을 때 객석 역시 굉장히 조용하더라고요. 그 장면이 하이라이트거든요.”

곽 감독은 조직 폭력배를 미화했다는 혹자들의 평에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그런 말에 정말 많이 시달렸다. 그러나 딱히 멋있게 만들어 놓은 인물도 없지 않나. 인물들을 들여다보면 저마다 다 너무 안됐고, 쓸쓸하다. 미화는 절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구2’를 만들었다고 안 좋은 시선으로 보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편하게 보셨으면 해요. 분명히 영화를 보시면 3, 40대 관객 분들도 좋아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세월의 흐름 속 준석의 변한 모습에 가슴이 짠해지는 걸 느끼실 거예요.”

사진 임한별 기자 hanbuil@

양지원 이슈팀기자 /jwon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