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생생뉴스]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경남 통영시 사랑수협이 20년동안 직원의 횡령사실을 모를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른멸치 유통판매 업무를 담당한 직원이 5년 동안 공금 189억원을 빼돌렸지만 제대로 된 감시가 없어 수협은 까맣게 몰랐고, 결국 섬마을 주민 상당수를 차지하는조합원들이 피해를 떠안을 것으로 보인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사량수협에서공금을 빼돌린 안모(40)씨는 1996년에 입사해 줄곧 마른멸치 유통판매 업무를 담당했다.

안씨는 20년 가까이 같은 일을 했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과장 승진도 했다.

사량수협은 멸치를 잡는 수협이 아니라 중간 도매인에게서 산 멸치를 물류창고에 보관했다가 판매업체를 통해 대형마트와 온라인 쇼핑몰 등에 납품해 수익을 얻는다.

전남 여수, 경남 사천과 창원의 중간 도매인 3명이 마른멸치를 공급을 전담했다. 이들을 관리하는 게 안씨의 임무 가운데 하나였다.

물류창고는 경남 사천에 있는데 안씨는 사량도와 사천을 오가며 마른멸치 재고를 관리했다.

안씨는 멸치를 판매한 수익금인 것처럼 수협에 다시 입금하는 이른바 돌려막기를 하고 재고 물량을 파악할 수 있는 관련 서류를 짜맞추는 수법으로 범행을 숨겼다.

사량수협에서 안씨보다 이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감사를 해도 겉만 핥을 수밖에 없었다.

수협중앙회는 2년마다 전국의 수협을 상대로 정기감사를 하지만 2009년 사량수협 감사에서 아무 이상을 찾아내지 못했다.

수협중앙회가 당시 재고 조사에 나섰지만 안씨가 미리 물류창고에 다른 마른멸치를 옮겨놓은 탓에 알아챌 수가 없었다.

안씨의 범행은 지난 5월 그가 홍콩으로 일주일 정도 외국 연수를 가 자리를 비운 시기에 드러났다.

당시 사량수협이 미수금이 너무 많은 것을 이상하게 여겨 판매업체에 미수금 내역을 문의했더니 마른멸치를 받은 적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이를 계기로 수협중앙회가 수시감사를 벌이고 정기감사까지 해 통영해경에 고발장을 내기에 이르렀다.

해경은 이번 일에 중간 도매인과 물류업체 관계자가 가담한 것으로 보고 오랜 비리의 실체를 확인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해경 조사결과 안씨가 마른 멸치를 구입한다며 중간 도매인들에게 송금한 돈 가운데 수협 계좌로 입금이 안 된 금액은 89억원가량이다.

마른멸치를 제대로 매입하고 팔았을 때 수익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피해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사량수협은 안씨 등 관련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박갑철 조합장은 “조합원들과 어촌계 시절부터 성장시킨 우리 수협이 이렇게 돼 너무 안타깝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1977년 어촌계에서 시작된 사량수협은 2001년 11월에 정부 인가를 받아 현재의 조직으로 출범했다.

사량수협의 주요 사업은 마른멸치 유통판매 외에 금융업무와 여객선 사업이다.

개설 계좌는 1000개가 넘고 예금액은 170억원이다. 이번 일로 한때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해 23억원이 빠져나갔다.

사량도와 통영시 도산면 가오치 선착장을 오가는 여객선에는 연중 방문객이 몰린다. 여객선 한 해 영업수익은 30억원이고, 순수익이 10억원이다.

사량수협 여객선은 ‘통영에는 통영 케이블카, 사량수협에는 여객선’이라는 말이있을 정도로 조합원들의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조합원 대부분이 마을 주민인 사량수협은 이번 사건으로 막대한 손실을 입어 결국 주민들이 피해를 떠안을 처지가 됐다.

사량수협의 11월 현재 조합원은 533명인데 사량도 전체 주민 2000여명의 30%에 가깝다.

이번 일로 통영지역 각 수협에는 계좌를 보유한 일부 고객이 예금 인출을 문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수산업 1번지’로 불리는 통영에는 사량수협, 욕지수협, 통영수협 등 지구별 수협 3개와 기선권현망수협, 굴수하식수협, 멍게수하식수협, 근해통발수협 등 4개 업종별 수협의 본점이 있다.

김현욱 수협중앙회 회원경영지원부 기금관리팀장은 “수협중앙회 차원에서 고객들의 예금을 전액 보호하고 있다”며 “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고객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수협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