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김상수 기자]지난 10월 국내 수입차 판매 실적을 한번 보겠습니다. BMW는 10월 동안 2939대를 판매했네요. 3000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입니다. MINI(522대)를 더하면, 사실상 3000대를 훌쩍 넘긴 성과이기도 합니다. 같은 기간 대부분 브랜드는 1000대도 팔지 못했습니다. 100대도 넘기지 못한 브랜드도 수두룩합니다. 수입차 전성시대라고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독일차 전성시대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BMW 전성시대입니다. 잘 나가도 너무 잘 나갑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BMW의 행보를 꼼꼼하게 따져보면 조금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우선 내년 BMW 신차 출시 계획을 보겠습니다. 최근 BMW는 남해에서 기자들을 초청해 내년 대략적인 신차 출시 계획을 밝혔습니다. 올해만 하는 행사는 아닙니다. 지난해에도 올해 신차 출시 계획을 앞서 발표한 바 있습니다. 다른 수입차 브랜드에선 볼 수 없는 행사이죠. 대부분 업체가 내년 신차 출시 계획을 전년에 세우고 있지만, 이를 이처럼 앞서 발표하는 브랜드는 없습니다. 워낙 급격하게 변화하는 시장이다 보니 출시 일정이나 계획, 물량 확보 등에서 변수가 많기 때문이죠. 역으로, 매년 1년치의 주요 신차계획을 전년에 대외적으로 발표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이미 내년 계획을 면밀하게 수립했다는 자신감이 담겨 있습니다.
내년 BMW는 X4를 선보이고, 2시리즈도 국내 출시됩니다. 4시리즈 컨버터블 모델도 예정돼 있습니다. 5월에는 전기차 i3가 출시되며, i8은 9월에 국내에 첫선을 보입니다. 내년 BMW는 1시리즈부터 7시리즈까지,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역시 풀 라인업을 갖추게 됩니다.
여기서 잠깐, BMW가 현재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델 수는 몇 개일까요? 총 80여개에 이릅니다. 1시리즈부터 7시리즈, M시리즈, GT, X시리즈, Z4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델은 그만큼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의 기회를 준다는 의미입니다. 판매량만 고려한다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는 게 쉬운 일은 아니죠. 판매량을 보고 Z4 라인업을 늘리는 건 아니니까요.
내년에는 업계 최초로 드라이빙센터를 완공합니다. 고성능차를 구매해도 달릴 곳이 없다고 한탄하는 마니아들, 이젠 자동차를 만끽할 수 있는 ‘놀이터’가 생깁니다. 단순히 레이싱만을 위한 곳도 아닙니다. 가족이 함께 자동차란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교육 시설이나 놀이공간 등 문화 복합 공간으로 태어날 예정입니다.
BMW고객만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최근 폴크스바겐 본사가 있는 아우토슈타트를 방문한 적 있습니다.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자동차 도시를 보며, 이런 게 자동차 문화라는 걸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자동차 공장이 아닌 자동차 문화로 채워진 도시. 결과를 봐야겠지만, 마치 내년 완공될 드라이빙 센터가 아우토슈타트의 감동을 한국에서도 조금은 느낄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네요. 지금까지 그 어떤 브랜드도 하지 않았던 시도입니다.
BMW의 독특한 발상은 그 밖에도 수없이 많습니다. 고객평가단을 꾸려 BMW의 단점을 모아 책자로 만들어 알리는가 하면, 미래재단을 설립해 고객들과 기부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움직이는 ‘과학실 트럭’, 주니어캠퍼스도 만들었죠.
BMW가 압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건, 단순히 제품이 뛰어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 결과가 뛰어나든, 혹은 무의미하든 항상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업계 최초’라는 말에 집착(?)하듯 말이죠. 아마도 그 노력에 고객이 화답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굳이 BMW의 사례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건 BMW의 인기를 부러워만 해선 한국 자동차산업의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는 생각에서입니다.
BMW를 목표로 삼는 브랜드는 많습니다. 최근엔 현대ㆍ기아자동차도 BMW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경쟁상대로 꼽습니다. 하지만 BMW이 모델만을 목표로 삼는다면 그건 아마도 BMW의 인기 비결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듭니다. 제품을 넘는 브랜드 가치, 그리고 수없이 시도하는 과정을 거쳐 한국 시장에서 쌓은 ‘선도하는 기업’이란 이미지. 정작 BMW의 핵심 경쟁력은 자동차가 아닌, 항상 새로움을 기대하게 만드는 데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김상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