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올해 국내외 경기 침체로 인해 재무 상황이 악화된 기업들이 주식관련사채 발행을 크게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BW)가 지난 9월부터 발행이 금지되면서 전환사채(CB) 발행이 급증했다. 기업으로서는 CB 발행의 유인이 커진 만큼 향후 자금조달시장이 CB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예상된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CB 발행 규모는 이달 17일 현재 1조3990억원으로 지난해 5233억원 대비 256% 늘었다. 특히 유가증권시장은 6371억원으로, 지난해 516억원에 비해 12배 이상 증가했다. 코스닥시장도 지난해 4717억원에서 올해 7587억원으로 60% 이상 늘었다. 올해 7월 개장한 코넥스시장에서도 62억원이 발행됐다.

BW는 올해 3조1813억원이 발행되면서 지난해 2조5952억원에 비해 23% 늘었다. 교환사채(EB)는 지난해 3292억원에서 5705억원으로 73% 증가했다.

이처럼 올해 주식관련사채 발행이 급증한 것은 그만큼 기업의 자금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채권에 대한 이자만 지불하면 자금 조달이 가능하기 때문에 운영자금을 겪고 있는 기업으로서는 주식관련사채를 발행할 유인이 크다.

오상훈 대신증권 리테일채권부 팀장은 “주식관련사채 발행이 늘었다는 것은 기업의 재무 상황이 악화됐다는 방증”이라며 “이에 더해 지난 9월부터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서 상반기에 BW 발행이 급증한 것도 한 몫했다”고 말했다.

분리형 BW는 일정한 대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인수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따로 떼어내 거래할 수 있는 BW로,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상장사 오너의 지분 위장을 방지할 목적으로 발행을 금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8월 한달에만 분리형 BW가 85건에 7800억원이 발행됐다. 올해 총 발행된 3조1813억원의 BW 가운데 4분의 1이 8월 한달에 집중된 것이다. 분리형 BW 규제 이전에 기업들이 자금을 축적하고 최대주주는 값싼 신주인수권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 목적으로 발행이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분리형 BW 발행이 금지되면서 이를 대신해 CB 발행이 급증한 것도 올해 자금조달시장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CB의 경우 채권과 전환청구권이 결합된 형태를 띠기 때문에 BW의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다.

9월 이후 상장사들의 CB 발행건수는 44건에 조달금액은 6365억원에 이른다. 불과 석 달 만에 지난해 전체 CB 조달금액을 훌쩍 넘어선 것이다.

오 팀장은 “신주 인수를 위해 대금을 추가로 납부해야 하는 BW 발행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며 “자금조달시장이 CB를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신용등급 하위 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분리형 BW 발행을 다시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어 수용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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