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 기자 구매자로 가장 인터넷 채팅통해 판매자 접촉
“해외에 서버있어 적발안돼” “한달에 4~5명 정도 구매한다”
대마초 · 필로폰도 버젓이 광고 누구나 살 수있어 단속 시급
치명적인 독극물인 ‘청산가리(시안화칼륨)’가 인터넷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돼 관계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이 필요해 보인다. 거래는 판매자가 구매자 e-메일로 인터넷 홈페이지 주소를 알려주고 홈페이지 채팅창 상담을 통해 일대일로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주문을 이용해 청산가리를 구입할 수 있다는 제보에 따라 지난 18일 헤럴드경제 기자가 구매자로 가장해 인터넷 홈페이지 채팅창으로 판매자와 접촉한 결과, 익명의 판매자는 “배송지 주소를 알려주면 계좌번호를 준다. 입금 확인 후 택배로 물건을 보내준다. 구매자 대부분 주소 공개를 꺼려 고속버스 화물택배를 많이 이용한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판매자는 또 “채팅을 통해서만 상담하며 채팅창은 오후 5시30분부터 밤 11시까지만 열려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찰에 적발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 판매 목록, 상담 내용도 자료로 남기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청산가리는 치사량이 0.15g에 불과한 맹독성 물질이다. 때문에 일반인에게는 판매가 엄격히 금지돼 있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는 사람들이 복용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청산가리는 30g 단위로 90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판매자는 ‘청산가리 용도’에 대한 질문에 “사냥할 때도 쓴다”고 말했다. ‘사냥용을 이런 방식을 동원하면서까지 구매하겠느냐’는 질문에 “사실 그건 그렇다. 대부분 비밀리에 사용할 곳이 있어 구매한다”고 덧붙였다. 판매자는 이어 “망설이는 분이 많다. 하지만 이런 약품은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며칠 후 다시 찾는다”고 밝혔다.
이 인터넷 홈페이지에선 청산가리 외에 낙태약, 물뽕, 대마초, 필로폰 등도 판매한다고 광고하고 있다. 판매자는 “한 달에 70명 정도가 제품을 구매하며 청산가리는 한 달에 4~5명이 구매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소속 ‘화학물질 사이버 감시단’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까지 청산가리 구매 문의 게시물은 모두 101건에 달했다. 인터넷에선 ‘청산가리 판매하는 분은 e-메일을 달라’는 게시물에 같은 내용으로 e-메일이 적힌 댓글이 10여개 이상 달려 있는 걸 쉽게 찾을 수 있다.
환경부 화학물질과 관계자는 “게시물 발견 시 포털사이트에 삭제 조치를 의뢰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불법으로 청산가리를 판매할 경우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위반은 물론 자살방조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며 “설사 청산가리가 가짜라고 해도 처벌대상”이라고 말했다.
이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