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박영서 특파원]중국이 동중국해 상공에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지 1주일이 지났다. 중국은 강경으로 일관했으나 주변국들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강도를 낮추면서 숨고르기에 들어간 형국이다.

그렇지만 미국이 자국 민항기에 방공식별구역 준수를 내린 것은 중국의 성과로 풀이된다. 이를 보면 앞으로 이번 사태는 타협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23일 중국 관영 CCTV의 앵커는 마치 선전포고를 발표하는 듯한 기세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초기 중국의 모습은 강경 일변도였다. 중국 국방부는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사전통보없이 들어오는 항공기에 대해서 긴급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미·일에 머무르지 않고 한국, 호주, 대만, 동남아시아, 유럽으로 퍼져나가면서 중국의 태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은 강하게 반발했다. 미국은 사전 통보없이 2대의 폭격기를 동중국해로 비행시켰고 척 헤겔 미 국방부 장관은 센카쿠 열도가 미·일 안보의 대상임을 강조했다.

그 효과는 분명해지고 있다. 미군 폭격기를 비롯해 일본 자위대와 한국의 군용기도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 통보없이 진입했지만 중국 외교부는 “구체적 상황과 위협에 따라 상응한 대응을 하겠다”면서 톤 다운으로 돌아섰다.

지닌달 29일 중국은 일본 전투기와 미국 초계기가 사전통보 없이 구역에 들어와 자국 공군기를 긴급발진시켰다고 발표했지만 일본 정부는 중국 공군이 긴급발진한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각국의 반응에 중국이 일일이 대응할 수는 없다”면서 “중국군의 역량이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오는 외국의 항공기를 모두 감시할 만한 수준이 되지못한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선 주변국을 모두 적으로 돌려버릴 수는 없는 상황이고 따라서 중국은 동북아의 긴장이 과도하게 고조되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부분적 성과도 거뒀다. 미국 정부가 자국 민간 항공사에 대해 중국 방공식별구역 지침 준수를 내린 것은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이 국제적으로 일부 인정을 받아 기능을 하고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중국의 일방적인 방공식별구역을 거부하고 있지만 이번 민간 항공기에 대한 지침은 중국과의 싸움에서 양보로 해석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국과 타협 국면으로 가면서 그동안 강경하게 대처해온 일본의 입장은 난처해졌다. 당초 일본 항공사들은 중국의 선포 뒤 비행계획을 제출했다가 일본 정부의 압력으로 이를 중단한 상태다.

아사히신문은 미국의 조치에 대해 ‘자고 있는데 귀에 물을 붓는 것과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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