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흑백 필름 속 미키마우스 스크린 밖 컬러 3D 세상으로… 디즈니 전통과 현재가 한눈에

3D애니 ‘겨울왕국’ 흥행 돌풍 뮤지컬 스타들이 부른 OST 절정 설립 90주년 디즈니의 아성 실감

#1 스크린 위에선 아주 오래된 흑백의 필름 릴이 돌아간다. 큰 귀를 한 생쥐 캐릭터, 미키마우스가 동물 친구들과 함께 우당탕 한바탕 쫓고 쫓기는 소동을 벌인다. 2014년에 긁힘 자국이 난 필름 애니메이션이 웬일인가 싶다. 그러나 곧 흑백의 스크린에 구멍이 나고 미키마우스가 밖으로 뛰쳐나온다. 바깥 세상은 컬러의 3D 세상이다. 이미 3D 안경을 쓴 어린이 관객들은 급작스러운 영상의 변화에 움찔하며 살짝 안경을 내려보고 진짜 스크린 앞 무대에 미키마우스가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어른들은 ‘아!’ 하고 탄성을 뱉는다. 손작업을 한 흑백 필름 릴에서 컬러 디지털 3D로, 애니메이션의 전통과 현재가 미키마우스에서 한몸이 됐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에 앞서 상영하는 단편 ‘말을 잡아라!’다.

#2 나이를 속여서까지 자원 입대해 미국 적십자사 구호부대 소속으로 프랑스 전선에서 제1차 대전을 치렀던 10대 후반의 젊은 청년은 미술에 대한 재능과 열의로 광고회사에서 1~2분짜리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일로 첫 직업을 가졌다. 이후 자신이 직접 작은 회사를 차려 신문 풍자만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옮겨 팔았다. 그러나 결국은 회사가 재정 문제로 파산하자 자신이 만든 애니메이션 필름을 갖고 서부에 있던 형을 찾아가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문을 두드린다. 그러나 복잡한 비즈니스의 생리에 적응하지 못했던 탓에 몇 가지 우여곡절을 겪은 후 청년은 자신의 이름을 내건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사를 차리게 된다. 때는 1923년 10월이었고, 당시 22살이었던 청년의 이름이 바로 월트 디즈니였다. 월트 디즈니는 1920년대 후반 이미 흥행에 성공한 토끼 캐릭터를 창조했지만, 저작권이 다른 영화사에 있었던 탓에 이를 대체할 새로운 동물 캐릭터 개발에 나섰다. 동료인 아이웍스에게 몇 가지 동물 캐릭터 스케치를 부탁했지만 도통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월트 디즈니는 캔사스에 머물던 시절 자신의 책상 위에 있었던 애완용 생쥐를 모델로 새 그림을 제안했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미키마우스. 1928년 단편 ‘증기선 윌리’로 공식 데뷔했다.

월트 디즈니가 1923년 형 로이와 함께 세운 회사 ‘디즈니 브러더스 카툰 스튜디오’는 후일 ‘월트 디즈니’로 개칭됐고, 미키마우스를 마스코트로 한 회사는 약 400억달러의 자본과 749억달러의 자산가치(2012년 기준)를 가진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된다.

지난해는 디즈니가 설립 90주년을 맞은 해였다. 이를 기념해서인지 디즈니로선 여러 뜻깊은 작품들을 잇달아 내놓았다. 2013년 10월엔 톰 행크스가 월트 디즈니 역을 맡은 ‘세이빙 미스터 뱅크’가 북미 지역에서 개봉됐다.

뒤이어 지난 11월엔 3D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이 극장에 걸렸다. 이 영화는 개봉 이후 미국에서 실사와 애니메이션을 포함한 3D 작품 중 역대 10위, 애니메이션 중 역대 7위의 성적을 기록했으며 개봉 이후 무려 7주간 1~2위를 오르내리며 월트 디즈니사(월트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제작된 영화 중 사상 최고의 흥행매출을 올렸다.

한국엔 약 두 달 만에 상륙한 ‘겨울왕국’은 ‘디즈니 왕국’의 ‘위엄’을 완벽하게 드러내고 요약하는 작품이라 할 만하다. 디즈니의 초창기 역사를 상징하는 ‘백설공주’처럼 유럽의 고전동화(안데르센의 ‘눈의 여왕’)로부터 원작을 취했으며, 여기에 3D영상기술로 현대적이고 미국적인 숨결을 불어넣어 어린 세대의 꿈과 모험, 환상, 그리고 사랑, 가족애라는 디즈니 왕국의 전통적인 가치를 구현했다. ‘라이언 킹’ ‘미녀와 야수’ ‘라푼젤’ 등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표할 뿐 아니라 미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한 장르인 ‘뮤지컬’로서도 최고 수준의 완성도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아렌델이라는 이름의 왕국에 사는 공주 ‘안나’(목소리 크리스틴 벨 분)와 언니 ‘엘사’(이디나 멘젤 분)다. 어린 시절 누구보다 우애가 깊은 자매였지만 언니 엘사는 동생에게 말 못할 비밀이 있다. 바로 모든 것을 꽁꽁 얼려버리는 마법이다. 자신도 통제할 수 없는 힘 때문에 동생뿐 아니라 세상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사실로 괴로워하던 엘사는 어느 날부터인가 마음의 문을 꼭꼭 닫고 궁전 안 자신의 방에서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간다. 왕과 왕비가 사고로 죽고, 어느덧 성장한 엘사는 왕위를 이어받아 여왕이 되지만, 즉위식 날 철없는 안나가 축하사절인 이웃 왕자 ‘한스’에게 빠져 하루 만에 결혼하겠다고 고집을 부리자 크게 화를 낸다. 그러자 엘사의 마법이 세상을 얼려버리고 여왕은 자신이 가진 저주받은 능력에 대한 자괴감과 왕국 사람들의 공포와 경계 속에 외딴 산꼭대기로 도망가 자신만의 얼음성을 짓고 은둔한다. 그러자 동생 안나가 도망간 언니를 찾고 겨울이 계속되는 왕국의 여름을 되찾기 위한 모험의 여정을 떠난다. 긍정적이고 씩씩하며 누구보다 활력과 사랑이 넘치고 장난기가 많은 아가씨인 안나와 그를 돕는 ‘산 사나이’ 크리스토프뿐 아니라 감초 조연인 눈사람 ‘올라프’ 등 개성 넘치는 캐릭터가 끊임없이 웃음과 액션을 선사한다. 눈과 얼음, 오로라의 세상을 구현한 영상이 스크린으로부터 눈을 뗄 수 없도록 한다.

무엇보다도 8곡의 노래로 장식한 음악이 절정이다. 목소리의 주요 배역이 모두 브로드웨이 뮤지컬 스타에게 맡겨졌다. 우리말 더빙판에서 역시 윤시영, 박혜나, 정상윤 등 뮤지컬 스타들이 노래를 불러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준다.

단편 ‘말을 잡아라’를 애피타이저로 즐기고 난 후 감상하는 ‘겨울왕국’은 작품 자체로도 흥미진진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바탕에 깔린 디즈니의 범접하지 못할 위엄과 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