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상파 방송3사 주중 미니시리즈가 10%도 넘지 못하는 시청률로 ‘도토리 키재기’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가장 어렵고 무거운 소재의 드라마가 안방을 평정했다. 박경수 작가의 ‘권력 3부작’ 중 세 번째 이야기 SBS ‘펀치’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펀치’는 지난 30일 방송에서 12.3%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월화 안방 최강자로 올라섰다. 같은 시간대 KBS2 ‘힐러’는 9.7%, MBC ‘빛나거나 미치거나’는 8.2%를 기록했다.
엇비슷한 성적표를 받기는 수목 안방도 마찬가지다. SBS ‘피노키오’ 종영 이후 ‘하이드 지킬, 나’가 전파를 타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수목 안방에선 22일 방송 기준 MBC ‘킬미 힐미’가 9.9%, SBS ‘하이드 지킬, 나’가 8.0%, KBS2 ‘왕의 얼굴’이 7.8%를 기록했다.
10%를 넘긴 드라마는 ‘펀치’가 유일한데, 이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3사 드라마의 대표 코드인 ‘멜로’도 없고, 그 흔한 아이돌 출신 연기자도 없다. 오로지 연기파 배우들이 똘똘 뭉쳐 밀도 높은 대본과 디테일한 연출의 힘을 빌려 질주한다. 대본, 연출, 연기의 삼박자 맞아떨어져 명쾌한 주제를 전달하는 드라마는 어딜 가나 힘을 발휘한다.
‘펀치’가 그리는 권력자들은 누가 됐든 쌓이면 쌓일수록 더러워진다는 ‘돈과 재떨이’와 같은 모습이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욕망의 질주를 멈춘 박정환 검사(김래운 분)는 눈 앞에 펼쳐진 바로 그 비인간적인 세계를 정조준한다. 자신의 아이, 앞으로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아이들에게 절망 대신 희망의 세계를 주고자 그가 물들어있던 세상을 향해 강력한 펀치를 날리는데, 누군가(검찰총장 이태준)의 입장에선 내부고발자일 수도 있다. 드라마가 그려내는 사회의 부조리는 징그러울만치 사실적인 반면 배우들의 대사와 행동은 은유가 넘친다. 특히 먹음직스러러운 음식을 앞에 두고 권력 싸움을 벌이는 배우들의 능글맞은 연기가 일품이다.
정치(추적자), 자본(황금의 제국), 법(펀치)에 이르기까지 ‘권력삼부작’을 완성한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는 사실 기존의 안방 드라마와는 달리 어렵고 무거워 시청자들이 편하게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아니다. 그럼에도 안방 드라마 가운데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대부분의 장르물이 연속성이 강조돼 전후 스토리를 파악하지 못하면 중간 이입이 힘든 것과 달리 ‘펀치’는 대기업과 검사의 커넥션, 병역비리, 스폰서 등 익숙한 사건을 가져온 이유로 회차별 분리도 가능하다. 물론 그들간의 권력구도와 암투, 비정상적인 사회를 살아가는 인물들이 보여주는 갈등을 깊숙히 들여다보는 것이 박경수 작가의 드라마의 묘미이긴 하다. 하지만 중간이입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은 미니시리즈물의 큰 장점이다.
또한 권력의 틀 안에서 ‘정의’를 이야기하는 드라마로 읽히지만 결국 저마다의 욕망과 목적을 향해가는 사람들의 맨얼굴을 보여주며 인간의 본성을 들여다본 것은 대다수 시청자가 공감할 만한 ‘보편적 정서’이기에 시청률 상승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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