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특수요원을 천하무적으로 그리는 것이 이제는 조금 식상한 코드가 됐습니다. 하지만 영화 '용의자'는 탈북한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의 복수와 사랑을 빠르고 화끈한 액션으로 작품 속에 담아냅니다. 이러한 것이 영화 '변호인'의 폭발적인 인기 속에서도 '용의자'가 꾸준하게 흥행 중인 이유인 듯 합니다.

극중에서 지동철(공유 분)은 북한 최정예 특수요원 출신답게 싸움 하나는 정말 잘하고, 도주 능력 또한 기가 막힙니다. 지동철이 자신의 아내를 살해한 리광조(김성균 분)와 격투하는 장면에서 지동철의 공격으로 리광조가 철근에 찔리면서 사망합니다.

지동철이 리광조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지동철의 공격으로 리광조의 옷이 찢어지거나 리광조가 상해를 입는 것에 대해서 지동철에게 살인죄 외에 재물손괴죄나 상해죄가 따로 성립할까요?

특정한 범죄에 필연적인 것은 아니지만 일반적, 전형적으로 결합되는 또 다른 경미한 위법행위를 '불가벌적 수반행위'라고 합니다.

예를 들면, 범죄자가 칼로 사람을 찔러 살해하는 경우, 피해자의 옷이 찢어지는 재물손괴가 발생하는 것이 일반적이어서 살인죄 외에 재물손괴죄로 처벌하지 않습니다. 교도소에 수감된 죄수가 죄수복을 입고 도주한다고 해서 도주죄 외에 죄수복에 대한 절도죄로 처벌하지 않는 것도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지동철의 공격으로 리광조가 튀어나온 철근에 찔리면서 사망한 경우, 옷이 찢어졌으니 재물 손괴가 될 수도 있으나 이는 살인행위에 일반적으로 수반되는 행위로서 지동철에게 살인죄만 성립합니다.

동일한 대상에 대한 범죄실현을 위한 전 단계의 범죄는 다음 단계의 범죄가 있으면 독자적인 의의를 잃어 불가벌이 되는 것을 '불가벌적 사전행위'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이 살해되는 경우 상해단계를 거쳐서 사망하게 되므로 살인죄가 성립하는 경우 따로 상해죄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강도가 사전준비를 해서 강도를 한 경우, 강도 예비가 성립할 수 있고, 범죄를 성공하지 못하면 미수가 될 수 있는데, 강도가 기수에 이르면 강도 예비나 강도 미수 등은 따로 처벌하지 않고 강도죄로만 처벌합니다.

판례도 살해의 목적으로 동일인에게 일시 장소를 달리하고 수차에 걸쳐 단순한 예비행위를 하거나 또는 공격을 가하였으나 미수에 그치다가 그 목적을 달성한 경우 하나의 살인죄가 성립한다는 입장입니다.

지동철이 리광조를 살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해는 리광조에 대한 살인에서 발생하는 불가벌적 사전행위로서 지동철은 살인죄 외에 상해죄로 처벌되지 않습니다.

'용의자'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사필귀정(事必歸正)' 등의 계도적인 식상한 내용 때문인지 화끈하고 화려한 액션에도 불구하고 답답하고 지루하게 다가오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진부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서로 처음보는 아버지와 어린 딸의 서로를 향한 눈빛은 하나의 진한 메시지를 전해줍니다. 거친 바람에 세차게 흔들리는 밀밭조차 고요하게 만드는 순간 문득 톨스토이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 한 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흔들리고 출렁대는 세상 속에서 우리의 중심을 잡아주고 힘이 되는 것은 역시 '사랑'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 자문변호사 이조로 zorrokhan@naver.com 조정원 이슈팀기자 /chojw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