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이 새해 벽두부터 관계개선의 분위기만 띄워놓고 좀처럼 대화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이 대화와 대결의 선택지를 놓고 고심하는 모습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5면에 민족대단결을 강조하는 ‘민족의 뜻과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제목의 글과 ‘종북 콘서트’ 논란을 비판하는 ‘종북 광풍이 휩쓰는 민주의 무덤’이라는 제목의 글을 나란히 게재했다.
노동신문이 상반된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남메시지를 한면에 동시에 게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신문은 ‘민족의 뜻과 힘을 합치면 못해낼 일이 없다’는 글에서는 “엄혹한 현실은 북과 남이 백해무익한 불신과 대결을 하루빨리 끝장내고 민족적 화해와 단합으로 자주통일과 평화번영의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국해방 일흔돌이자 민족분열 70년이 되는 정초부터 우리 민족의 통일의지는 드세게 분출하고 있다”면서 “지금이야말로 북과 남이 불신과 대립의 협애한 입장에서 과감히 벗어나 북남관계의 역사를 새롭게 써나가야 할 책임적인 시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시사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신년사 육성연설을 거론하면서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대화와 협상으로 북남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이룩하려는 우리의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대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반면 바로 옆에 나란히 게재된 ‘종북광풍이 휩쓰는 민주의 무덤’이란 제목의 기사에서는 ‘종북 콘서트’ 논란을 거론하며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했다고 범죄자로 몰려 가혹한 탄압을 당해야 하는 독재사회는 남조선밖에 없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신문은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 구속과 신은미 씨 강제출국, 그리고 임수경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경찰 조사 등을 열거한 뒤, “남조선 집권세력이 진보민주인사들을 겨냥해 광란적으로 벌리고 있는 ‘종북’소동은 동족에 대한 무조건적인 거부감과 적대의식의 뚜렷한 발로”라며 “북남관계개선의 분위기에도 찬물을 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남조선에서 지금과 같이 나라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인사들을 ‘종북’으로 매도하며 ‘마녀사냥’하듯이 닥치는 대로 탄압한다면 북남사이의 불신과 대결상태는 언제 가도 가셔질 수 없다”면서 종북 콘서트 논란이 남북관계 악화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당국가체제인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의 논조는 북한의 공식입장이기도 하다. 노동신문은 남북관계가 악화될 때에는 원색적인 대남비방을 일방적으로 쏟아내고, 남북관계가 좋을 때에는 반대로 유화적인 논조의 글을 다수 게재하곤 했다.
이번처럼 남북화해와 대남비방을 같은 날 같은 면에 게재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북한이 남북대화를 원하지만 ‘종북 콘서트’ 논란과 같은 민감한 이슈에 침묵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남북간 본격적인 대화를 앞두고 기싸움이 길어지면서 북한이 대화와 대결의 갈림길에서 고심하고 있는 방증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