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민상식 기자]대한의사협회(의협)가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파업의 명분은 정부가 추진하는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영리사업 허용 반대다.

정부가 도서지역 주민이나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개설할 수 없으며 원격 진료를 받더라도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찾아가 대면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 당위성이 없다고 판단, 엄정 대응키로 했다.

의협은 특히 원격의료가 의사의 오진가능성을 높여 국민 건강권을 크게 해친다고 지적한다. 또 가까운 병원 대신 원격진료 시설이 갖춰진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면 동네 의원은 모두 고사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낸다.

하지만 파업에 따를 국민적 비판을 감수할 정도의 속내는 따로 있다는 지적이다. 의료계의 오랜 불만이지만 아직 뚜렷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저(低)수가’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데 의사들 사이에 큰 이견이 없다. 의료 수가(건강보험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를 받고 건강보험공단과 환자들이 병원에 지급하는 비용)가 너무 낮다며 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의료계는 그동안 건강보험제도가 저부담ㆍ저보장ㆍ저수가 원칙 아래 운영되면서 정부가 지나치게 의사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해 왔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의사들이 저수가 구조에서 진료라는 본연의 임무보다는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비급여를 통해 수가 부족분을 메울 수 있을지 고민하기 때문에 큰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의 ‘의원 경영실태 조사 2011’ 보고서에 따르면 1032곳 의원을 대상으로 ‘건강보험제도 전반에 대해 어느 정도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의원 68.4%가 ‘불만스럽다’고 답했다. 외래진찰료 수가 인상에 대해서는 의원 80.6%가 지지했다.

또 지난달 27일에는 노환규 의협 회장이 전국 2만여명의 회원들에게 ‘회원 서신문’을 보내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제도를 막아 내기 위한 투쟁으로 시작됐지만, 궁극적으로는 의료 왜곡의 원인인 원가 이하의 저수가라는 건강보험제도의 근원적인 문제를 고치기 위한 투쟁”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파업의 이유로 의협이 거론한 원격진료와 의료법인의 영리 자법인 설립의 경우에는 의사들 사이에서도 입장과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개원의에게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관련 규제 완화는 혜택이 없거나 불리한 변화이지만 종합병원 등 대형 병원 소속 의사들로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규제가 풀리면 결국 원격진료 시설 투자 여력이 충분하고 장기 관리가 필요한 수술 건이 많은 대형 병원들에 환자가 몰릴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