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한달 새 순이익 추정치가 700%나 뛴 종목이 있다면 누구라도 귀가 솔깃할 것입니다. 더군다나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로 실적 불안감이 어느 때보다 팽배한 상황에서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해당 종목은 아시아나항공입니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발간한 퀀트리포트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2013년도 4분기 순이익 추정치는 9억원에서 한달 만에 73억원으로 713.3%나 뛰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에 갑자기 경천동지할 호재라도 생기는 걸까요?

최근 나온 담당 연구원들의 리포트를 봤습니다. ‘국제여객 Yield 약세 지속’, ‘제한적인 화물 수요 회복’, ‘수익성 개선을 향한 험난한 여정’ 등 결코 700%나 순이익을 높일 만한 대박 소식은 없습니다.

문제는 통계의 오류입니다. 해당 리서치센터는 증권정보제공업체로부터 주요 상장사들의 한달 전 순이익 추정치와 현재의 순이익 추정치를 받아 비교했습니다. 그런데 한달 전엔 11개 증권사가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추정치를 내놨는데 이번엔 9곳으로 줄었습니다. 리포트를 쓴 연구원은 추정치가 없는 2곳은 그냥 빈칸으로 놔두고, 11곳의 평균과 9곳의 평균을 비교했다고 하네요. 한 통계 전문가는 증권사 퀀트 애널리스트가 이런 실수를 했다는 사실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아빠, 어디가?’라는 인기 프로그램의 다섯 아이들이 한달 전에 비해 얼마나 컸는지 평균을 구해보려 합니다. 편의상 아이들의 키가 한달 전엔 85㎝, 90㎝, 95㎝, 100㎝, 105㎝라고 하겠습니다. 평균 키는 95㎝네요. 한달후에 두명이 자리에 없어 세 아이를 재보니 평균 100㎝로 나왔고, 이에 “‘아빠, 어디가?’ 출연 아이들의 키가 한달 새 5.26%(5㎝)나 컸네”라고 하면 과연 맞을까요?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리포트로 말하고 리포트로 실력을 겨룹니다. 더군다나 퀀트리포트는 숫자에서 시작해 숫자로 끝납니다. 물론 단순 오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업황이 여전히 불투명한데다 지난해 실적이 내내 불안했던 종목의 순이익 추정치가 700%나 급증했다면 한번쯤 의심했어야 하지 않을까요?

최근 삼성전자 실적이 기대치를 밑돌자 증권사들은 부랴부랴 올해 실적 전망을 수정하고 목표주가를 내리기에 바빴습니다.

‘연구’하고 ‘전망’하기 보단 현상을 쫓아가기 급급하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듭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고위 임원은 “애널리스트들이 사실(fact)은 보지 않고 자기 편한 것만 본다”고 비판했습니다. 타인의 주장이나 주어진 정보에 물음표를 달지 않고 전제로 깔아버린 다음 자신의 결론을 도출하다보니 논리가 허술해진다는 것입니다.

증권사 리서치는 나름의 전문성을 갖춘 분야가 분명합니다. 그 전문성을 더욱 돋보이게 하기위해서는 보다 세심한 주의가 필요해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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