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국제 유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9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이틀째 하락세를 보이며 8개월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0.7% 빠진 배럴당 91.66달러에서 거래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5월1일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규제강화에 떠는 유가=맥못추는 유가를 두고 시장에서는 “원유시장에서 파생상품 거래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미국 파생상품 거래를 규제하는 ‘볼커룰’ 시행을 앞두고 원유 시장에서의 거래가 줄어들고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시장의 유동성 저하에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볼커룰이란 금융규제법안 ‘도드-프랭크법’의 하위 법령으로 상업은행의 자기자본 거래와 헤지펀드 투자 등을 규제하는 법이다. ‘대마불사’ 은행들의 위험투자를 규제해 제2 금융위기를 막기 위한 것으로 올해 7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원자재서 발빼는 은행들=대형은행의 원자재 시장 철수는 이미 본격화됐다.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초 원유를 포함한 상품거래에서 전면 철수한다고 발표했다. 모간스탠리도 지난해 말 원유 거래 부문을 러시아 국영 석유기업 로스네프트에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바클레이즈와 UBS, 크레디아그리콜 등 다른 투자은행들도 원자재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정리했다.

일본 석유천연가스ㆍ금속광물자원기구(JOGMEC)의 노가미 타카유키(野神隆之)는 “지금까지는 은행이 가격 변동 리스크를 떠안아왔는데 은행권 철수로 생산업자들의 장기변동 위험헤지가 어렵게 됐다”면서 “중장기적으로 원유시장의 유동성 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브로커들도 사라진다=원유시장 거래 감소는 중개 브로커들이 잇달아 자취를 감추면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에너지 중개 대기업인 징가페트롤리엄은 지난달 원유거래 브로커 업무를 완전히 철수했다. 니무라 하쿠도(新村博道) 사장은 “스왑 등 파생상품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며 “향후 전망이 좋지 않다”고 철수 배경을 설명했다.

아시아 원유거래의 중심지인 싱가포르에서 최근 1~2년새 원유 브로커 업무가 급속히 사양길로 접어들고 있다. 한 원유 거래 브로커는 “이적료와 보너스 증액 이야기가 완전히 사라졌다”면서 금융위기 이전의 원유 시장과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고 암울한 분위기를 전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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