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어서는 한국 남자골프 그린을 호령하고, 이후에는 외국에서도 인정할 정도로 최고의 레슨 프로가 된 그가 지난 해 10월 클럽 대신 펜을 들었다. 그의 메시지는 단순한 레슨을 넘어섰다. 박인비 배상문 양용은 정일미 등 최고의 프로골퍼는 물론, 사회 저명인사까지 그들의 삶과 골프에 녹아있는 감동과 교훈을 차분하게 전달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주말 골퍼는 물론 프로들까지 새겨들을 만한 원포인트 레슨을 설득력 있게 전달했다. 임진한 프로(57)와 그의 새로운 칼럼인 ‘사람人레슨’ 이야기다. ‘사람人레슨’ 은 스스로도 큰 고민이나 목적 없이 그저 나이 육십이 되기 전에 골프를 통해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기록하자는 뜻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그 반향은 생각보다 컸다. 두달이 조금 넘었지만 임진한 프로 본인과 헤럴드스포츠에 성원과 격려가 쇄도했고, ‘레슨에세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졌다. 또 SNS와 사이버공간에서 ‘사람人레슨’ 을 퍼가는 고정팬들이 생겼다. 심지어 최근에는 여러 곳의 출판사에서 단행본으로 제작하자는 제의까지 들어왔다. 흥미로운 것은 남의 얘기만 하다 보니 정작 임 프로 본인의 소식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다. 여전히 열심히 레슨을 하고 있고, 에이지슈터라는 골프전문회사의 대표로 골프발전을 위해 다양한 사업도 모색 중이다. ‘전공’인 레슨 방송도 2015년에는 재개한다고 한다. 신년을 맞아 ‘사람人레슨’은 원래 발걸음을 잠깐 멈추는 대신 임진한 프로와의 인터뷰를 시도했다. # 레슨방송 올해 재개 예정
▲ 그러고 보니 모처럼의 언론 인터뷰다. 근황은 어떤가?- 여전히 레슨 열심히 하고, 사람들 열심히 만나고 나름 바쁘다. 부산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데 요즘은 학기가 끝나 그래도 좀 시간적 여유가 생겼다. ▲ 최근 연재하고 있는 <임진한의 사람人레슨>이 잔잔한 화제가 되고 있다. 정통 레슨이 아닌 에세이 형식의 레슨칼럼이라고 할 수 있는데 본인의 느낌과 주변의 반응은 어떤가?- 글을 읽는다는 느낌보다 말로 이야기 하듯 자연스럽고, 진정성 있게 전달하려고 준비한다. 이게 좀 통하지 않았나 싶다. 정말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격려해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앞으로도 더욱 더 재미있고 유익한 내용을 소개하도록 노력하겠다. ▲ 세계 50대 교습가로 두 번이나 꼽혔다. 인기의 비결은 무엇인가? - 저보다 볼을 더 잘 친 선배나 후배들도 많은데 뭐 특별히 대단한 건 없다. 레슨도 저보다 훌륭한 한국의 지도자가 많이 있다. 그냥 열심히, 그리고 가능하면 쉽게 레슨하려고 노력했고, 이것을 많은 분들이 좋게 봐주시니 두 번이나 뽑히지 않았나 싶다. 다른 건 몰라도 앞으로도 많이 노력할 생각이다.▲ '레슨방송의 최고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방송도 참 많이 했다. 최근에는 쉬고 있는데 언제 재개할 계획인가?- 하하 맞다. 그 동안 참 많은 레슨을 했다. 지금은 충전기로 조금 쉬면서 골퍼들에게 판에 막힌 레슨이 아니라 재미있으면서도 유익한 골프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모든 게 준비되면 하려고 한다(마침 이 인터뷰 직전 모 골프방송사의 PD가 임진한 프로를 찾아와 미팅을 가진 것을 목격했다). # "한국골프연맹(KGF)과는 관련이 없답니다!"▲ 한국골프연맹(KGF)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가 많은데. - 정말 많은 분들이 KGF 단체를 (당신이)만들었냐고 물어봐서 이제는 일일이 답하기도 지칠 정도다. 만일 제가 단체를 만들었다면 떳떳하게 앞에 나서서 일하지 않았겠는가? 무엇 때문에 뒤에 숨어 있겠는가? 결코 사실이 아니다. 문제가 많다고 해도 KPGA가 잘 돼야 한다.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유언비어 유포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아니다.▲ 참 많은 라운드를 했을 텐데 가장 기억에 남는 라운드는?- 선수 때(1977~1995년)는 1년 365일 중 100~150일은 라운드를 했다. 물론 이후에도 직업상 필드를 많이 나갔다. 이걸 굳이 숫자로 따지는 것은 무의미한 듯싶다. 나보다 선수생활도 더 오래하고, 라운드를 많이 한 분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기억에 남는 라운드로는 선수로는 2000년 SBS최강전 우승이다. 남들이 욕할지도 모르겠지만 선수를 그만두고 지도자로 일을 하다가 대회에 나가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대회 말고는 가장 최근인 두 달 전께 요즘 내 골프 파트너인 김철 사장과 라운드를 한 것인데 전반 9홀에 파4홀에서 2번이나 샷 이글을 기록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선수 때도 이런 경험은 없었다. ▲ 평생 잊지 못할 샷 하나를 꼽는다면?- 1985년 뉴코리아 컨트리클럽에서 개최되었던 KPGA 선수권에서 나왔다. 1983, 1984년 우승을 했기 때문에 3연패에 도전하는 대회였다. 우승은 하지 못했는데 마지막 날 15번 홀에서 홀인원을 기록했다. 이 대회는 한국 골프대회 사상 처음으로 생중계(MBC TV)를 했는데 이 장면이 딱 카메라에 잡힌 것이다. ▲ 가장 인상적인 라운드 파트너와 그 이유는?- 많은 선수들도 있지만 얼마 전에 ‘사람人레슨’ 에 소개한 구자인 회장님이다. 함께 골프를 하면 참 즐겁고, 또 골프 실력도 그 연세에 그렇게 잘 치는 분은 보지를 못했기 때문이다. 더 놀라운 것은 당신은 지금도 매일 아침 2~3시간 연습을 한다는 사실이다. 프로선수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습하는 건 힘든 일인데 참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 안재형-자오즈민의 2세 안병훈 기억에 남는 제자
▲ 그동안 가르쳤던 선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선수를 한 명 꼽으라면?- 탁구커플 안재형 씨와 자오지민 씨 사이에서 태어난 안병훈을 꼽고 싶다. 많은 선수가 있지만 가장 감각이 좋았기 때문이다. 안병훈 선수는 하나를 가르쳐 주면 며칠 연습해서 둘, 셋까지 습득해 왔다. 그런데 신은 두 가지 복을 주지 않은 것 같다. 안병훈 선수는 물론 당시 나이가 어린 초등학생이라 그럴 수 있겠지만 18홀을 도는 동안 미스샷이 몇 개 나오면 그날 라운드를 망쳐버릴 만큼 화를 내면서 라운드를 했다. 이게 문제였다. 내가 인성을 중시하는 까닭에 동계훈련을 가면 안병훈 선수는 거의 반은 골프채를 잡지 못하게 했다. 당시 언더파를 치는 실력인데, 화가 나면 보기플레이에 가깝게 치고는 했다. 화를 내고 플레이 하는 것을 내가 보게 되면 벌로 골프채를 잡지 못하고 형들 캐디를 시키곤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쁜 습관이 고쳐지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때는 US아마추어 챔피언까지 했다. 지금은 고전하고 있지만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적인 교습가인 만큼 아마추어들에게 딱 한 가지 원포인트 레슨을 강조한다면?- 진부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골프에서 기본은 몸에 힘을 빼는 거다. 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어드레스 때 상체에 있는 힘을 발바닥으로 떨어뜨릴 줄 알아야 한다. 이 상태에서 클럽의 헤드무게를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은 스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 프로선수들에게는 은퇴 후 삶에 대한 조언을 한 마디 해달라. -프로선수로 생활할 때는 옆이 안 보인다. 샷만 생각하고 많은 기술을 연습하고, 이 기술을 익히려고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또 자신만의 기술을 개발한다. 참 어려운 일이지만 선수인 만큼 누구든 여기에 도전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은퇴 후에도 골프와 관련된 일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물론 해보지 못한 일이라서 두렵기도 하겠지만, 선수생활을 할 때, 샷 연습을 많이 시도한 것과 같은 이치다. 일도 연습처럼 시도해 보고 본인의 성격에 맞는 일을 찾는다면 은퇴 후 삶이 행복해질 것이다. #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
▲ 항상 겸손하고, 또 인성을 강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삶의 모토가 있다면?-오래전에 주니어 골프 아카데미를 할 때 선수들에게 늘 강조한 말이 있다. 그 말로 갈음하고 싶다. ‘세상살이는 혼자 하는 게 아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남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야 한다. 골프선수도 정상에 있는 것은 10년을 넘기지 못한다. 사람들은 정상에 있는 선수의 플레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 사람의 태도까지 보고 있다. '항상 나보다 못한 사람은 없다'라고 생각하고 삶을 산다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 ▲ 골프인으로 향후 이루고자 하는 꿈이 있는가?- 직업 골퍼로는 은퇴한 사람이다. 하지만 좋은 선수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골프가 발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겨울이 너무 길어서 선수들이 쉬는 시간도 너무 길다. 희망이 있다면 기업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겨울철에도 많은 대회가 열리도록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프로대회 뿐 아니라 아마추어대회까지 말이다. ▲ 골프를 사랑하는 분들에게 새해 인사를 부탁한다. - 개인적으로 골프에 빚이 참 많은 사람이다. 부족한 사람이 골프 덕에 과분하게 살지 않나 생각한다. 내 스스로 새해에도 열심히 살 생각이다. 내가 하는 일이 모두 골프와 관련된 만큼 잘 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정말 골프를 좋아하고, 골프 선수들을 사랑하는 분들께 큰 감사를 드린다. 선수라면 멋진 샷으로 즐겁게 해드리고 싶지만 지금은 지도자로 방송에서, 글에서 골프라는 좋은 친구를 소개하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그리고 골프 스코어도 10타씩 줄이시기를 바랍니다! [헤럴드스포츠=유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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