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수정 기자] 지난 3일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공연이 끝난 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빠져나가던 관객들은 “뺑덕어멈이 진짜 잘 하네”라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지난 2010년 이후 4년만에 부활한 마당놀이는 연일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심청이 온다’에서 뺑덕역을 맡은 국립창극단 배우 서정금은 “공연 마지막에 관객들이 무대에 나와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사진 찍는 시간이 있는데, 전주에서 오셨다며 같이 사진찍자고 기다리시는 어르신들도 있다”며 뜨거운 반응을 전했다.
‘심청이 온다’는 심청전을 토대로 했지만 심봉사와 뺑덕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공연이 시작할 때 고사(告祀)를 지내는데 관객들도 무대에 내려와 돼지머리에 돈을 꽂고 절을 한다.
“젊은 관객들은 처음엔 ‘뭥미’ 이런 표정으로 보다가 재미있어해요. 고사 지내는 것이 미신이라고 해도 가족들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어르신 관객들이 많이들 비시죠. 저희 공연에는 고사도 있지만 ‘헐’, ‘대박’ 같은 대사도 있어요. 과거와 현재가 잘 섞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공연이죠”
극중 뺑덕은 ‘앙대영~’이라며 애교를 부리기도 하고, 심봉사와 태진아의 ‘동반자’를 부르며 관객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든다.
국립창극단의 ‘명품 조연’으로 불리는 그는 지난해 4월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에서도 이정표 장승과 호색 할매로 출연해 관객들을 자지러지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이 관객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정표 장승 때문에 다시 보러 왔다”는 응답도 있었다.
‘심청이 온다’의 손진책 연출은 지난해 11월 기자간담회에서 “나는 서정금씨의 팬”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국립창극단에 쟁쟁한 사람들이 몰려있는데 저는 키도 작고 예쁘지 않아서 처음에는 조금 자신이 없었어요. 그러다 ‘서정금 아니면 할 수 없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코믹한 역할을 많이 했죠. 대중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 소리를 좋아하게 만든 다음 더욱 깊은 소리의 맛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죠”
그는 지난 2012년 독일 오페라 연출가 아힘 프라이어가 연출한 ‘수궁가’에서 토끼역을 맡는 등 주연도 적지 않게 했다. 하지만 스승인 안숙선 명창은 소리를 잘하는 서정금이 코믹한 캐릭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저는 맡은 역할은 뭐든 열심히 하니까 스승님들께서는 아쉬워하시죠. 요즘은 작은 역할이라도 그냥 놀듯이 제가 가진 신명을 내고 있어요. 진정성이 느껴져서 그런지 관객들이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무대에서 푸지게 논다고 해도 지금같은 느낌이 안들었을 거예요. 지금은 아줌마가 되서 푸지게 놀고 있죠”
그는 셋째 아이를 출산하고 지난해 2월 ‘숙영낭자전’으로 복귀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슈퍼맘이다. 지난 10월말 개막한 ‘단테의 신곡’에는 둘째딸과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예술을 하면서 세자녀를 키우는 것은 정말 힘들어요. 밤늦게 들어가면 안 되니까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욕심을 버려야 할 때도 많아요. 국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거나 동굴 속에 들어가 소리에 매진하기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저는 애들 키우며 재미지게 살아아죠. 창극은 나름대로의 매력이 많아요”
‘소리의 고장’ 전라북도 남원 출신인 서정금은 어릴 때 자연스럽게 소리를 접했다.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판소리 명창 고(故) 강동근 선생에게 배웠다.
“가끔 ‘치가 떨려. 소리 못하겠어’라고 하면 동료들은 ‘너는 천생 배우야. 다른 것은 못해’라고 해요. 스물세살에 멋모르고 국립창극단에 들어와 대사 없는 조연, 어린이극 등을 해오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법을 배웠어요. 앞으로 시트콤 등을 통해 국악을 널리 알리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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